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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Jun 08. 2016

같이 밥 먹고 싶은
그 사람이 생각나는 웹툰

저녁 같이 드실래요?

뭐 먹을까?


친구와 주말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면 제일 중요한 문제를 두고 카톡이 활성화된다. 뭐 먹을까. 나의 제일 친한 친구. 그녀와 만날 때면 늘 새로운 식당과 음식을 찾아다닌다. 누군가는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둘은 늘 신중하게 고심해서 그날의 메뉴를 선택한다. 그 날의 콘셉트는 무엇을 먹는가에 의해 80% 이상 좌우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주연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라고 해도 주연을 더 빛나도록 뒷받침해주는 명품 조연이 빠지면 섭섭하지 않은가.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즐겁고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해도, 적절하게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조연과 같은 음식이 없으면 심심해진다. 음식을 앞에 두고 대화해야 주고받는 대화에 생기가 오른다. 무엇을 먹을지 정하는 것은 그날의 즐거운 대화를 위한 준비자세를 취하는 것과 같다.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


인간에게 있어서 음식과 식사는 동물들이 먹이를 먹는 것과 구분되는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식사는 동물의 음식 섭취 과정과 품격이 다르다. 우리는 식사를 한다. 우리는 보기 좋게 식재료를 다듬고, 요리하고, 깨끗한 접시에 담는다. 젓가락 숟가락 등의 도구를 이용해 품위 있게 배를 채운다. 상황에 따라서 테이블을 꽃이나 촛불 등으로 세팅하기도 하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깔기도 한다. 어울리는 음료를 함께 준비하기도 한다.

식사를 하는 시간. 그 시간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 그 이상을 의미한다.

SNS에서 공유하는 사진의 상당수가 음식 사진이지 않은가. 보기 좋은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는 게 언젠가부터 당연해진 세상이다.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는 대단히 중요한 일상의 한 페이지다.




어른이 되면 먹는 것도 달라진다


대학생이 되면 여러 지방 출신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고, 전국 팔도 지방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이 시기에 평소 접해왔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음식을 많이 맛보게 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엄마가 차려주는 밥과 학교 급식만 먹어왔기 때문에 각자 자라온 지역과 가족들의 입맛에 따라 늘 먹던 음식 메뉴가 한정적이지만, 본인이 직접 메뉴를 골라서 사 먹게 되는 대학생이 되면 여러 가지 알지 못했던 음식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내가 어려서부터 먹어왔던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임을 알게 되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음식을 처음으로 맛보기도 한다. 콩국수를 먹을 때 설탕을 넣어먹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소금을 넣어 먹는 사람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는 순대를 소금이 아닌 간장, 된장, 초장에 찍어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적지 않은 문화충격을 받는다. 전혀 다른 지역에서 나고자란 친구들이 생기면 내가 경험해온 음식 세계가 아닌 더 넓은 음식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도 더 명확해진다. 나 자신의 입맛을 더 선명하게 알게 되는 것이다.




티라미스와 카페 아메리카노


내가 어릴 땐 베이커리에서 파는 케이크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다. 그때는 느끼하고 맛없는 생크림 케이크밖에 없었지만, 동물성 지방이 잔뜩 함유된 그 크림을 나는 좋아했었다. 아동용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맛있게 퍼먹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스카포네 치즈가 촉촉하게 퍼져있는 티라미스를 작고 반짝이는 스푼으로 떠먹는다. 꼭 카페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어야 한다.

어릴 땐 도대체 무슨 맛으로 마시는 건지 알 수 없었던 쌉싸름한 커피. 이제 아메리카노는 나에게 일상 음료가 되었다.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를 먹었을 때 아메리카노가 없으면 혀가 초콜릿의 당분으로 점령당한 것 같은 불편한 기분이 든다. 이전에는 사약 같았던 커피를 내 돈으로 사 먹게 되고, 예전에는 없어서 못 먹었던 과자를 반도 안 먹고 버리는 일이 생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입맛도 변한다.




같이 먹을래요?


함께 식사하는 사람. 그들에 따라 내 일상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채워진다.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음식을 상대에게 권하고, 메뉴를 고르고, 함께 먹고, 대화한다. 그렇게 함께 식사를 나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맛을 공유한다. 그러면서 살아가고 그렇게 함께 밥 먹는 사람들과 가까워진다.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같이 밥이나 먹을까요?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함께 식사하는 두 어른의 밥 먹는 이야기를 그린 웹툰이다. 주인공 남자와 여자는 밥만 같이 먹는 사이다. 다양한 메뉴를 함께 먹는다. 밥을 먹기 위해 만나지만 그냥 먹기만 하면 밋밋하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일반적인 만남의 상황에서 주연을 담당하던 대화 내용은 조연이 되고, 보조의 역할과 같았던 음식이 만남의 주연이 된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엉뚱한 상황이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간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매력포인트


참 맛있는 웹툰이다. 그림으로 그려진 음식 묘사나 맛 표현이 맛있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맛있는 웹툰이다. 사실 웹툰의 소재는 저녁식사이지만, 진짜 감상할 맛이 나는 포인트는 식사메뉴가 아닌 둘의 대화 안에 담겨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와 인생 이야기 속에는 짠맛, 단맛, 매운맛, 떫은맛, 쓴맛, 싱거운 맛이 골고루 들어있다.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p_dinner

1. 다음 대화가 궁금해지는 작품

모양도 좋고 냄새도 좋은 음식이 앞에 놓여 있을 때, 누구나 입안에 군침이 돈다. 이 웹툰을 볼 때도 비슷하다. 좋은 음식 냄새를 맡았을 때 침샘이 반응하듯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두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애피타이저를 먹고 나면 메인디쉬가 궁금해지는 것처럼 앞으로의 대화가 더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코스요리에서 다음 요리를 기다릴 때와 같은 기대감. 그런 기대감으로 이야기 전개에 빠져들기 좋다. 차근차근 정주행 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2. 음식에 관한 특별한 추억이 생각나게 해주는 작품

사람들은 저마다 음식과 관련된 특별한 추억을 하나씩 간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식사를 하지 않았던가. 아마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음식과 관련된 나만의 특별한 사연이 하나쯤 떠오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도 한 명씩 생각날 것이다. 작품을 재밌게 읽고 난 후에 불현듯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밥 한 끼 하며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오랫동안 연락이 뜸해졌던 친구, 늘 멀리서 응원해주시며 맛있는 반찬을 챙겨주시던 할머니,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가족들... 누구라고 좋다. 상대가 바쁠까 봐 혹은 오랜만에 밥 먹자고 연락하는 게 어색해 보일까 봐 망설이지 말자. 밥 먹는 스토리의 웹툰을 보고 네가 생각났다며 먼저 용기 내서 식사 제안을 해보자. 고마웠던 사람과 따뜻하고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맛있는 밥을 먹으며 대화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알게 될 것이다.

3. 평범 솔직한 인물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작품

보통 만화 주인공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그다지 평범하지 않다. 만화 주인공 같은 여자라고 하면 얼굴은 소녀느낌인데 육감적인 몸매를 갖춘 세일러문 스타일이나 사슴 눈망울의 순정만화 여주인공 스타일을 떠올리는 게 보편적이다. 만화 주인공 같은 남자라고 하면 딱 벌어진 어깨와 역삼각형 몸매로 남성미를 풍기는 캐릭터나 뽀얀 피부와 비단 같은 머릿결을 자랑하는 감수성 풍부한 귀공자 스타일의 남자 캐릭터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그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하늘로 치솟은 속눈썹을 찰랑이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여주가 나오지도 않고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서 지켜줄 것 같은 남주가 나오지도 않는다. 평범하고 수수한 보통의 30대 남자 사람 여자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비현실적인 판타지 세계의 만화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데 그래서 더 정이 간다. 평범 솔직한 이 만화의 등장인물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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