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연결이 끊겼으면 좋겠어
몽골 여행을 간 일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입사 2년 차의 신입사원인 주제에 굉장한 스트레스에 쌓여있었는데 그래서였을까 사람이 없는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택된 곳이 바로 몽골이다. 몽골은 남한 면적에 15배나 되는 넓은 영토를 가졌지만 인구는 350만 쯤으로 부산 인구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1km2 당 2.07명이란 인구 밀도로 독립 국가로서는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이곳저곳 다녀본 나에게 가장 큰 충격과 추억을 남겨 준 여행지가 바로 몽골이었다. 그때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몽골에 가기로 결정하자마자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오래된 친구와 함께 몽골로 9박 9일의 여행을 떠났다. 14년 7월에 일이었다.
몽골로 떠나던 날을 선명히 기억한다. 회사에 커다란 등산가방을 메고 출근을 해서 로비부터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받았다. 조용한 관종인 나는 부끄러움과 함께 알 수 없는 작은 흥분을 느꼈는데, 그룹에 오니 사람들이 다들 "오늘 비행기타??" 라며 놀라워했다. 지금에서야 그 이유를 알겠다. 나이가 들고 나니 금요일 근무 끝나고 바로 비행을 하러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다들 20대 중반의 체력을 놀라워했던 것이다.
수도인 울란바트르를 거처 작은 에어버스로 갈아타고 우리는 무릉이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몇 시간에 비행 끝에 내린 무릉 공항은 진심 우리나라의 작은 소도시 버스터미널보다도 작고 또 작았고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하루 종일 비포장 도로를 달려 홉스굴 호수 국립공원으로 갔다. 가는 길도 너무나 한적했다. 사람은 몇 시간에 한 번씩 볼 수 있었다. 아니 인가 자체가 거의 없었다. 역시 유목민의 나라여서일까?
풀밭에 서서 한 바퀴를 돌아본다. 내 눈에는 내 친구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끝도 없는 초원과 맞닿아 있는 하늘뿐이다.
그래, 이곳이 내가 원하던 바로 그곳이다.
물론 아무도 없기에 신식 화장실과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는 포기해야 했다. (몽골의 휴대폰 보급률은 매우 높은 편으로 초원에서도 2G는 충분히 터진다. 하지만... SNS를 활발히 할 정도의 환경은 아니었을 뿐) 우리는 게르(몽골의 이동식 오두막 같은 주거형태)에서 일주일간 지내기로 했는데 요새 캠핑 붐을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당시에는 여행까지 가서 무슨 천막에서 불을 때며 자냐는 분위기였으니 나름 큰 결심을 한 것이었다. 특히, 화장실.
▲ 내가 묶었던 게르
하지만 하루 종일 새벽부터 밤까지 계속되는 환한 낮과 끝없는 바다처럼 펼쳐진 호수, 초원과 숲을 보는 하루하루는 '여기가 천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시에는 전기가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들어와서 그 짧은 시간에 나오는 온수로 씻고 와이파이를 통해 집에 연락을 했다. 그 마저도 어떤 날은 잘 되지 않았지만.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말을 타고 보트를 타는 것도 잠깐이고, 낮잠도 하루에 세 번씩 자면서도 시간이 남더라. 그 누구랑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호숫가를 걷기도 하고(걷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일기를 쓰기도 했다. 일기를 하루에 열 장씩 썼다면 이해가 가시는가?
▲ 거닐던 호숫가
나는 몽골에서 디지털 디톡스라는 걸 완전히 경험했다. 아시아의 스위스라는 멋진 경치를 완전히 즐길 수 있었던 것도 당시에 SNS에 실시간으로 사진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람들과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니 항상 정신없이 돌아가는 머릿속이 조금 차분해지고 늘 끝은 우울했던 생각의 꼬리가 조금은 반짝이는 희망으로 바뀌었다.
아, 지금 나는 다시 몽골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