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 소비는 우울감의 산물
우울감이 오거나 또는 지나갈 때 충동적 소비를 하게 된다.
스마트 폰이 생긴 이래로는 충동구매 성향이 점점 더 심화되어 내 가계 운영에 영향을 끼칠 정도이다. 이런 소비 성향은 습관이 돼 버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금세 탕진하고 만다. 며칠간 물걸을 사지 않으면 보상심리로 더 큰 금액을 사고 싶어 진다. 이번 연휴에도 명절 떡값으로 꽤 돈이 생기자 바로 소비가 시작됐지 뭐람. 예전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내 사주에는 금고가 없다나? 그래서 돈 모으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사주가 진짜인지 아니면 내 관상이 돈 줄줄 세는 애처럼 보였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이러한 내 성향은 재밌게도 주변 지인들에게 베푸는 사람으로 인식되는데 일조했다. 내가 산 물건 중에 좋은 것이 있으면 여러 개 주문해서 친구, 가족들에게 선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양말에 꽂혀 있는데, 캐시미어 양말을 신고 너무 따뜻해서 여러 사람에게 선물했다.
학창 시절에는 이렇게 선물하는 것에 큰 의미를 담았던 것 같다. 내가 선물을 한 만큼 친구와의 우정이 돈독해지기를 바랐다. 전혀 선물이 우정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지만 그때는 친구들에게 과히 집착했던 시기이므로 친구들은 선물이 반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학생 때의 내 교우 관계는 엉망이었으니 더 그랬겠지.
이제는 다행히 선물이 자기만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기대하지 않고 부담 주지 않고 선물하는 그 선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돌아온 것이 바로 '잘 베푸는 친구' 타이틀이다. 이런 나의 베풂을 돌려받았은 기억이 있는데, 지난여름 결국 코로나에 걸렸을 때다. 친구들이 사식을 넣어주고 몸에 좋은 건강보조제를 선물하고 정신없이 카톡 선물하기 메시지가 와서 눈물이 날 뻔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를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감정의 진폭이 꽤 줄어든 지금이라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지도 모르겠다. 저금으로 부자 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필요한 것만 소비하는 것이 나의 가계운영에도 또 환경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내 눈엔 예쁘고 사랑스러운 물건들이 많고 택배를 받는 기쁨을 참을 수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 새로운 소비를 줄여나가는 것을 2023년의 목표로 하기로 했다.
물건 사기 전에 여러 번 고민하고 꼭 사야 한다면 먼저 중고를 검색해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을 때만 소비하기.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려운 목표지만 목표를 꼭 100%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시도하는데 의의를 두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