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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Jan 26. 2023

안경을 맞추어야 해

그런데 아직도 미루고만 있지


눈에 이상을 느낀 건 2019년쯤이다.


어쩐지 초점이 잘 맞지 않고 눈이 뻑뻑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건강검진 결과 시력이 조금 떨어졌음을 알게 됐다. 그때만 해도 인상을 조금 쓰면 다시 초점이 잡혔기 때문에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무시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눈은 조금 더 나빠졌고 안경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는 사이 코로나가 왔다. 코로나를 핑계로 모든 일들은 뒷전이 되었다. 덕분에 나의 눈은 천천히 순조롭게 나빠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밤 운전 때 빛 번짐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운전용 안경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그 생각을 한지 약 2년 후 나는 건강검진에서 교정이 필요한 수준의 시력으로 개인 최저치를 경신했고, 안구건조증이 증폭시킨 난시로 인해 운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 더 이상 안경 맞추는 일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머리로 인지하고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새로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일을 하기에 내 에너지가 너무나 달린다.




왜 나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을 바로 실천하지 못할까? 나는 이 오래된 게으름을 무기력이라고 부른다. 물론 게으름도 성향이고 습관이라 모든 무기력이 게으름과 같다는 건 아니다. 하여튼 쉽게 무기력해지는 것은 나의 우울 중 가장 큰 특징인데 이 때문에 꼭 가야 하는 회사도 심할 때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당일에 결근한 적도 있다. (다행히 당일 연차 사용에 큰 부담이 없는 회사다.)

내가 이렇게 미루고 있는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갑상선 검진과 내분비내과 방문, 은행업무도 그러하다. (여기저기 아프고 고장 나는 것이 세월을 느끼게 한다.)

이미지 출처 http://www.iwithjesus.com/news/articleView.html?idxno=8504


그래도 나의 무기력에 차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나는 매일 저녁 잠깐 사간을 내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 공부를 하고, 독서모임에서 배정한 책을 읽고(내가 최근 조직한) 차를 마신다. 자기 전에 모처럼 알뜰하게 여유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전에는 간신히 빨래를 돌리고 누워만 있다가 그대로 잠들어 과수면에 취해 살곤 했는데 최근에는 남들처럼 시간을 보내는 내 모습에 진한 감동과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서 생각하기조차 부담스럽고 어렵고 우울을 가중시켰다면, 최근에는 좀 더 나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49:51 정도로 약간 우세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점심시간에는 회사에 로비에 입점한 은행에서 비교적 급한 은행 업무를 보려고 한다.


하지만... 안경은, 안경은 조금 더 미루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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