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자동 실행 중인 나

8화: 심리적 재난 영화의 주연이자 감독, 그리고 유일한 관객

by 흔들리는 전문가

모든 에피소드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각색(Fiction based on Fact)이며 이 시리즈는 사람을 고치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왜 그렇게까지 버텨왔는지를 이해하려는 기록입니다.


상담실 문이 열리기 전, 복도에서부터 이미 '사건'은 시작되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보다 먼저 들려오는 것은 일정하지 않은 호흡음과 옷자락이 스치는 소란스러운 마찰음이었다. 그가 들어섰을 때, 나는 그가 이미 오늘 하루를 다 살고, 아니 거의 세 번쯤 반복해서 살고 온 표정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문제는 그가 살아낸 하루의 대부분이 실제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화려하게 상영된 '자학적 재연 드라마'였다는 점이다.


그의 머리 위로 반투명한 인터페이스가 팝업되었다. 평소의 정교한 수치 대신, 오늘은 마치 고장 난 전광판처럼 붉은색 경고등이 요란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상태창: 재난 영화 모드 활성]

현재 상태: 사후 반추 무한 루프 중 +1

주요 스킬: [Lv.Max 자기 파괴형 타이핑], [패시브: 관계 기상청(경보 발령)]

에너지 게이지: 2% (생산성은 0, 피로도는 풀타임)


오전 8시: 연금술사가 된 회의실의 파괴자

그의 하루는 오전 8시 회의실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발표 자료를 들고 정중하게 앉아 있었지만, 그의 손은 이미 자아를 잃은 채 펜 뚜껑을 공략하고 있었다.


딸칵 / 분리 / 슥슥 / 재결합 / 다시 딸칵 / 분해,,,


회의 안건은 분명 매출 보고였으나, 그의 뇌 안건은 이 숨 막히는 공간으로부터의 탈출 경로 확보였다. 상태창에는 [미세 운동 증가]와 [현실 도피 스킬 활성]이라는 로그가 실시간으로 기록되었다. 펜 뚜껑은 이미 분자 단위로 해체되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는 펜을 분해하며, 동시에 자신의 존재도 가루처럼 분해하고 있었다.


팀장이 무심하게 물었다. "김 대리, 의견 있나요?"


그 순간 그의 손은 당황한 나머지 펜 스프링을 허공으로 튕겨 올렸다.

띠용—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스프링이 바닥을 굴러갔다. 그 작은 쇳조각이 먼지 쌓인 구석으로 사라지는 순간, 그의 자존감 수치도 함께 바닥을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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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기억, 진실과 왜곡 사이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을 저서 《뇌의 배신》, 《흔들리는 전문가》 시리즈를 통해 서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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