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의 셧다운
오전 10시 27분. 주간 전략 회의실 한가운데, 지훈은 차분해 보였다. 화면에는 그의 이름이 적힌 기획안이 떠 있었고, 그는 준비한 수치와 그래프를 또박또박 설명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발표는 매끄럽게 흘러갔다.
그때 임원이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물었다.
“이번 수치의 의미를 한 줄로 정리해 보죠.”
공격도, 비난도 아닌 평범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지훈의 뇌에서는 차가운 사이렌이 울렸다. 이 질문은 정보 요청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라는 요구처럼 들렸다. 생각을 정리하던 회로가 흐려졌고, 언어가 먼저 사라졌다. 입술은 움직였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기이하게 늘어졌다. 시선은 송곳처럼 느껴졌고, 공기는 늪처럼 무거워졌다. 심장은 잠시 폭주하다가 이내 가라앉았고, 목과 어깨는 바위처럼 굳었다. 손바닥에는 차가운 땀이 맺혔다. 뇌는 결정을 내렸다.
정지. 동결. 셧다운.
회의는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어졌다. 상사가 대신 말을 했고, 지훈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겉으로 보면 작은 해프닝이었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에도 그의 몸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자리로 돌아온 그는 자신을 심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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