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3초의 침묵, 비로소 시작된 현실 접속
민준 씨의 첫 번째 퀘스트는 [펜을 분해하지 않고 회의 10분 버티기]였다. 25년 차 임상가인 나조차 이 미션을 처음 기획했을 때, 내적 시스템에 "이건 난이도 설정 오류가 아닌가요?"라는 문의를 넣을 뻔했다. 그만큼 그에게 펜을 분해하는 행위는 불안이라는 폭풍우 속에서 유일하게 잡고 있는 구명보트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의 얼굴에는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불안 게이지는 여전히 상단에 고정되어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지만, 눈빛 어딘가에 ‘미션 완료 시 보상 상자 열림’ 아이콘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평소처럼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뒤집어 놓지 않았다. 아예 주머니에 깊숙이 넣은 채였다. 이 정도 변화라면 그의 내면 기상청에 ‘태풍 후 맑음’ 특보가 떴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생님, 저… 해냈어요!"
그가 입을 떼는 순간, 그의 머리 위 반투명한 상태창에 [메인 퀘스트 클리어]라는 문구와 함께 커다란 V 표시가 나타났다. 보상으로 [자존감 +5]라는 녹색 알림이 기분 좋게 깜빡였다.
"회의 때 손이 너무 떨려서 허벅지를 꼬집고 앉아 있었어요. 펜 대신 제 살을 분해할 뻔했다니까요."
그의 고백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인간은 도구를 잃으면 자기 몸을 사용한다. 고통스럽지만 이것이 바로 진화의 시작이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3초를 세고 대답하려고 기다렸거든요?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제가 숨을 고르는 그 짧은 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말을 가로채는 거예요."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을 이어갔다. 자신의 재난 드라마 시나리오에선 대답을 못 하는 순간 즉시 해고 통보를 받고, 분노한 팀장이 던진 펜 뚜껑에 맞아 쓰러지는 비극이 상영 중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상태창에서 [경고: 예측 모델 오류] 항목이 삭제되고 [스킬 획득: 현실 감각 Lv.1]이 그 자리를 채웠다. 그의 뇌는 처음으로 상상이 현실보다 훨씬 느리고 엉터리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체험한 것이다. 15%였던 자존감 게이지가 30%로 수직 상승했다. 주식으로 치면 상한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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