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왜 사랑의 반대말이 되었는가
안녕하세요 손연입니다.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남긴 서늘한 잔상을 모티프로 하여, 가족이라는 가장 사적인 관계 속에 숨겨진 기만의 구조를 4부작으로 풀어내려합니다.
그 첫 번째 기록. 우리가 왜 가족의 말 앞에서는 그토록 무력해지는지, 진술분석전문가의 시선으로 해부합니다.
범죄 심리학에는 수사관들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전해지는, 그러나 공식 보고서에는 절대 적히지 않는 격언이 하나 있다. "시신이 발견되면 가장 먼저 우는 사람을 관찰하라. 그리고 가장 늦게까지 울지 않는 사람을 의심하라."
그러나 2026년의 수사 현장에서 이 격언은 절반만 유효하다. 진화한 범죄자들은 더 이상 울지 않거나, 혹은 너무 많이 울어서 수사관의 시야를 가리는 낡은 방법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신 ‘가장 완벽한 가족’의 얼굴을 하고 참고인석에 앉는다.
오늘 내가 꺼내 보일 사건 파일은, 피 냄새 대신 갓 내린 커피 향과 안락한 거실의 풍경 속에 숨겨져 있던 어느 실종 사건에 관한 기록이다. 그리고 이것은 수사관인 동시에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남편인 우리 모두가 빠질 수밖에 없는, 가장 고통스러운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펜 끝을 겨누기 가장 힘든 대상,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사건은 평범한 일요일 오후, 30대 여성 A씨의 실종 신고로 시작되었다. 신고자는 그녀의 남편 B씨였다. 현장에 도착한 초동 수사팀이 마주한 B씨의 태도는 모범답안에 가까웠다. 그는 당황해서 횡설수설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냉정하지도 않았다. 적당히 떨리는 손으로 형사들에게 따뜻한 차를 내왔고, 아내의 신상 정보와 마지막 착의를 정확하게 진술했다.
"아내가 평소에 우울증이 좀 있었어요. 어제 저녁에 사소한 말다툼을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없더군요."
수사팀은 자연스럽게 ‘가출’ 혹은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집안에는 침입 흔적이 없었고, 부부 싸움이라는 명확한 동기가 제시되었으며, 무엇보다 신고자인 남편의 태도가 너무나 협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이 요청하기 전에 아내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어서 건넸고, 집 주변 CCTV 위치를 먼저 알려주기도 했다.
사건 발생 3일 뒤, 나는 진술 분석 의뢰를 받고 그를 대면했다. 그리고 1시간의 면담 끝에 형사에게 조용히 메모를 건넸다.
[이 사람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말하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수사의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내가 본 것은 진술의 내용이 아니라, 그 진술이 쌓아 올린 ‘구조적 공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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