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타인, 가면 뒤의 포식자
안녕하세요 손연입니다.
가족이라는 밀실에서 배양된 악(Evil)이 문밖으로 나서는 순간, 비극은 사회적 재난으로 확장됩니다. 지난 2화에서 부모의 비뚤어진 사랑으로 ‘죄책감 없는 아이’가 탄생하는 과정을 목격했습니다. 오늘 3화에서는 그 아이가 자라나 성인이 되었을 때, 타인과 맺는 관계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들은 칼을 들고 덤비지 않습니다. 대신 꽃을 들고, 가장 완벽한 이해자의 얼굴로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이토록 친밀한 타인, 세 번째 기록을 시작합니다.
부모가 세탁해 준 피 묻은 교복을 입고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세상으로 나옵니다. 그는 가정에서 아주 중요한 두 가지 법칙을 학습했습니다. 첫째, 나는 특별한 존재이기에 규칙을 지킬 필요가 없다. 둘째, 타인은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일 뿐이다.
이 위험한 신념 체계를 가진 괴물이 사회에 섞여 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불행히도 그들은 이마에 ‘나는 위험한 사람입니다’라고 써 붙이고 다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매력적이고, 유능하며, 친절한 가면을 쓰고 우리 곁에 머뭅니다.
상담실을 찾는 수많은 데이트 폭력, 사기,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처음엔 정말 완벽한 사람이었어요. 제 영혼의 단짝인 줄 알았습니다."
이것이 비극의 서막입니다. 그들은 당신이 무엇을 결핍하고 있는지 기가 막히게 냄새를 맡고, 그 빈칸을 채워주는 척하며 접근합니다.
사건의 문턱 : 운명이라는 이름의 덫
30대 직장인 여성 D씨의 사례를 봅시다. 그녀는 회사 동료였던 E씨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E씨는 그녀가 평소 좋아하던 영화 취향부터 사소한 식습관, 심지어 말하지 않은 가족사 아픔까지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남자였습니다.
"어떻게 나랑 이렇게 똑같지? 우린 운명인가 봐."
D씨는 행복에 취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운명이 아니라, E씨의 정교한 미러링(Mirroring) 기술이었습니다. E씨는 D씨의 SNS를 샅샅이 뒤지고, 주변 평판을 수집하여 D씨가 갈구하는 '이상적인 남성상'을 연기했을 뿐입니다. 연애 초반, E씨는 문자 그대로 D씨를 폭격하듯 사랑을 쏟아부었습니다(Love Bombing). 아침저녁으로 데리러 오고, 고가의 선물을 하고, "너 없이는 못 산다"며 매달렸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깊어지자 E씨의 태도는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네 부장님 좀 이상하지 않아? 너를 무시하는 것 같던데." "네 친구들, 솔직히 너 질투해서 그러는 거야. 나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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