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지위가 높을수록 거짓말은 세련되어진다
2014년 8월 여름밤, 제주도의 한 대로변에서 믿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법질서의 상징이자 검찰 조직의 수장이었던 현직 지검장이 길거리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다가 체포된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대한민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진술분석가의 관점에서 이 사건이 진정으로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범행 그 자체가 아니라, 체포 직후 그가 내뱉은 첫 마디부터 시작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나랑 인상착의가 비슷한 다른 사람을 착각한 것 아니냐'.
이 짧은 부인 속에는 고지능 범죄자,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 치명적인 위기에 몰렸을 때 보이는 전형적인 심리 기제가 압축되어 있다. 25년 동안 수많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를 분석하며 느낀 점은, 그들은 결코 자신의 무너진 자존감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리학적으로 이 상황은 강렬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유발한다. 나는 법을 집행하는 고위 공직자다라는 자아상과 나는 길거리에서 추태를 부린 범죄자다라는 현실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때 뇌는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바로 현실을 왜곡하거나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가 말한 다른 사람이라는 가상의 존재는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그가 그 순간 얼마나 처절하게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어기제다.
진술분석에서 우리는 이를 사회적 가면에 의한 현실 부정이라 부른다. 그는 검사라는 직업적 정체성을 방패 삼아 자신의 원초적 본능을 은폐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언어는 너무나도 허술했다. 고지능자일수록 자신의 논리적 완결성을 과신한 나머지, 때로는 어린아이보다 더 유치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의 초기 진술을 진술 타당성 평가(SVA) 기법으로 해부해보면 몇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다.
첫째; 부인(Denial)의 구체성 결여다. 진짜 억울한 사람은 사건 당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그 장소에 있었는지에 대한 대안적 서사를 강력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내가 아니다라는 주장만 반복했다.
둘째; 상황적 부적절성이다. 한밤중에 대로변을 배회하던 자신의 행적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오로지 범행 사실만을 분리하여 부정했다. 이는 진술의 맥락적 흐름(Contextual Embedding)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셋째; 신분 은폐다. 그는 체포 당시 동생의 이름을 대며 신분을 속였다. 이는 이미 그가 자신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만한 일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강력한 정황 증거다. 진술분석가는 말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 말을 하기까지의 의도적 태도 변화를 읽어낸다.
전문가로서 나는 그가 왜 그토록 무리한 거짓말을 유지하려 했는지에 집중한다. 그는 평생을 타인의 죄를 단죄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것은 곧 존재 자체의 소멸을 의미했다.
여기서 작동하는 것이 투사(Projection)다.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용납하기 힘든 욕구를 외부로 돌려, 마치 외부의 어떤 요인이나 제3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꾸며내는 것이다.
또한, 고지능 범죄자들은 자기합리화(Rationalization)에 능하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일시적인 일탈이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지 모르나, 인간적으로는 이해받을 수 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천 번의 모의재판이 열렸을 것이고,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논리를 쌓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진술분석관의 눈에는 그 견고해 보이는 논리 성벽 사이의 미세한 균열이 보인다. 그 균열은 대개 비언어적 신호에서 터져 나온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은 감정을 숨기는 훈련이 잘 되어 있다. 이른바 포커페이스다. 하지만 자율신경계까지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다.
내가 임상 현장에서 관찰한 고위 공직자들의 거짓말 신호는 다음과 같다. '과도한 정중함 : 수사관이나 분석가에게 지나치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심리적 우위를 점하려 한다'. '전문 용어의 남용 : 법률 용어나 어려운 단어를 섞어 쓰며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상대방의 인지 능력을 압도하여 질문의 핵심을 흐리기 위함이다'. '미세 표정의 불일치 : 입은 부인하며 웃고 있지만, 미간은 극도의 불안감으로 수축되어 있다'. 0.05초 만에 지나가는 이 표정의 불일치는 진실을 말해주는 가장 강력한 단서다.
제주도 전 지검장 사건은 결국 본인의 자백과 사퇴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인간은 아무리 높은 지식과 권력을 가졌더라도, 자신의 본능적 욕망과 그로 인한 거짓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진술분석은 단순히 범인을 잡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평생 쌓아 올린 가짜 자아가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고통스러운 관찰이기도 하다. 전문가로서 나는 그의 무너진 자존감 뒤에 숨은 한 인간의 나약함을 본다.
당신이 만약 누군가의 세련된 언어에 현혹되고 있다면, 그의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그 문장 속에 담긴 알맹이, 즉 사실 관계의 일관성을 따져보라. 진실은 화려하지 않다. 진실은 담백하고, 때로는 투박하다.
다음 3편에서는 드디어 대미를 장식할 실전 편을 다루겠다. 전문가가 일상에서 바로 활용하는 거짓말 탐지법, 그리고 0.5초의 정적이 말해주는 비밀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전수해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