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침입하는 악성 코드 (강박장애)

멈추지 않는 사고의 무한 루프, 그 지옥 같은 알고리즘의 반복.

by 흔들리는 전문가

Author's Note

강박의 루프 속에 갇힌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거대한 톱니바퀴 사이에 낀 연약한 생명을 떠올린다. 그들은 멈추고 싶지 않아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시스템의 피해자들이다. 이십오 년의 시간 동안 내가 목격한 것은 의지의 박약함이 아니라, 뇌가 보내는 잘못된 경고 신호에 온몸으로 저항하다 지쳐버린 영혼들이었다. 이 글이 그들의 지옥 같은 알고리즘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타인의 반복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기 전에 그 반복이 시작된 절박한 경로를 먼저 살피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이 기록을 남긴다. 우리의 이해가 그들의 보안망이다.

이번 화에서는 강박사고를 '삭제되지 않는 팝업창'이나 '무한 루프에 빠진 악성 코드'에 비유하여, 뇌가 보내는 거짓 경고 신호에 고통받는 이들의 내면을 그려보았습니다.

단순히 깔끔을 떠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해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으며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그들의 처절한 사투를 탐색해보겠습니다.


침입하는 악성 코드 : 왜 내 머릿속에는 '삭제' 버튼이 없는가


진료실 소파에 앉은 정우(가명, 31세)는 들어오자마자 자신의 가방을 내 옆의 보조 의자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바닥으로, 그리고 다시 무릎 위로 옮겼다. 그는 물건이 놓인 각도가 미세하게 틀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듯했다.


그의 손등은 거칠게 트고 갈라져 붉은 속살이 비치고 있었다.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의 손 씻기가 남긴 흔적이었다. 그는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협상을 하듯 중얼거렸다.


"선생님, 제가 미친 건 아니죠? 저도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아요. 아는데... 멈춰지지가 않아요."


그의 눈은 공포와 피로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것은 며칠 밤을 새운 사람의 눈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24시간 울려대는 경보 사이렌 소리에 영혼이 탈진해버린 자의 눈동자였다.


심리학적 평가보고서: 내담자 J의 기록

의뢰 사유 및 주호소

내담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확인 행동과 오염에 대한 공포를 주소로 내원했다. 그는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데만 1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가스 밸브를 잠갔는지, 창문을 닫았는지, 코드를 뽑았는지 확인하고 돌아서면, "정말 확실해?"라는 의심이 악성 코드처럼 뇌를 침입했다.


그는 다시 돌아가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고, 손으로 만져보며 확인했지만, 회사에 도착하면 "아까 찍은 영상이 조작된 거라면?"이라는 기괴한 의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로 인해 지각이 잦아졌고, 결국 퇴사를 권고받은 상태였다.


성장 과정 및 생활사

그는 엄격하고 통제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완벽하게 통제되어야 한다"는 양육 태도는 그에게 세상을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어릴 때 친구의 장난감을 실수로 망가뜨렸을 때 부모에게 들었던 호된 꾸중은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때부터 그는 '내 실수로 인해 파멸적인 결과가 올 수 있다'는 과도한 책임감(Inflated Responsibility)을 짊어지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독립적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 불안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증폭되었다.


주변인의 목소리 (1) 여자친구

"정우 오빠랑 데이트하는 게 고역이에요. 영화를 보다가도 '집에 불이 났을지도 몰라'라며 튀어 나가요. 식당에 가면 수저를 휴지로 열 번은 닦아야 밥을 먹고요. 처음에는 깔끔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저까지 검열하는 느낌이라 숨이 막혀요. 오빠는 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세균 없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행동 관찰 및 인지 특성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흔들리는 전문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감정과 기억, 진실과 왜곡 사이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을 저서 《뇌의 배신》, 《흔들리는 전문가》 시리즈를 통해 서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손연

39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6화제6화. 부서진 거울 속의 나(조현형 성격장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