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말해야 일 년이 편하다
1학년 부장을 피해야 하는 세가지 이유
첫째, 부장을 하지 않아야 교사의 본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 초등학교는 학년 단위로 움직이고, 중요한 정보가 학년부장을 통해 들고나가기 때문에 각종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회의를 열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열리는 부장회의(교육과정위원회)에도 참석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소속 학년, 담당 업무의 어려움을 나열하는 낯부끄러운 성과급 회의에 참석해 동학년 선생님의 입장을 대변할 수도 있다. 타 학년과의 시간 조율, 학생들끼리 생긴 문제, 각종 사건 사고에도 원치 않게 관여해야 할 때가 있다.
교직원의 경조사가 학년부장을 거쳐 전해지기 때문에 청첩장과 부고를 안내하고, 식장에 갈지 말지부터 부장 주도로 협의하는 경우가 잦다. 가기로 했다면 언제, 어떻게 갈지도 조율한다. 이렇게 작다면 작은 업무가 쌓이면 꽤 큰 덩어리의 업무가 된다. 이런 일들은 예고하지 않고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수업 준비나 생활지도에 쓸 시간이 줄어들고, 본업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둘째, 모든 중간관리자가 그러하겠지만 관리자와 동학년 소속 선생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게 쉽지 않다. 관리자도 일반 교사도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 의미가 각자 다르다는데 부장직의 비극이 있다. 하지만 부장 판단하에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학년 소속 교사들이 교사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권한이라면 부장에게도 일말의 권한은 있다.
셋째, 부장직 수행에 짜르는 물질적 보상은 소소하다. 2023년까지만 해도 부장 수당은 7만 원이었다. 하루 수당이 아니라 한 달 수당이 7만 원이었다. 24년부터 부장 수당은 한 달 15만 원으로 100퍼센트 이상 인상되었지만, 오른 뒤에도 일 년으로 따져도 180만 원 정도다. 코로나 대유행 3년을 거치며 폭등한 인건비, 밥상 물가를 생각하면 3~4인 가족이 동네에서 저녁 식사 괜찮게 할 수 있는 횟수가 한 달 기준 두 번 정도로 인상된 것이다. 만약 부장 역할을 수행하는데, 부장수당도 받을 수 없는 물부장이면 그 자리는 늪이다. 조직 사정상 내 한 몸 바쳐 조직을 구할 수도 있지만 동료들의 겸연쩍은 인정에만 기대다가는 내년에도 물부장일 가능성이 높다.
부장은 성과급으로 S, A, B 중 S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보통의 학년과 일반적인 업무를 하면 받을 수 있는 A 등급에 비해 80만 원 정도 더 받을 수 있고, 선호 학년과 좀 더 쉬운 업무를 할 때 받을 수 있는 B 등급에 비해서는 160만 원 정도를 더 받는다. 부장 수당까지 합치면 A등급, B등급 성과급을 받는 동료보다 일 년에 200만 원 중반에서 300만 원 중반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학년 부장이니까 학년 교육과정 계획 세우는데 며칠만 쓰고 200 정도 더 받지 하는 생각으로 덤볐다가 3월 말까지 주말 내내 일을 해야 했다. 육아휴직 중 틈틈이 운동해서 인생 최대치의 체력을 만든 직후였는데도 벅찼다. 일이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한 달에 대한 보상이 300만 원이라면 그 보상 대신 그냥 정신적, 육체적으로 편한 업무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돈, 시간, 관계 측면에서 불필요한 자원 소모를 싫어하고, 승진 또는 전직 준비로 부장점수가 필요하지 않다면 부장직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권한과 책임에 비례해서 보상이 커지고 지위가 상승하는 승진이라는 개념에 비추어 보았을 때 권한은 별 차이 없고, 책임은 늘어나며, 교실에서 담임 업무도 겸하는 부장직은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다.
떠밀려 1학년부장이 되었다라도 핵심적인 업무 위주로 일을 줄인다면 스스로는 물론 동료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장이 될 수 있다. 가장 적합한 사람에게 업무를 넘기고, 핵심 업무가 아닐 경우 일단 거절하며, 반복적인 주간 계획을 활용하는 세 가지 큰 축으로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