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교육과정과 주간학습안내가 부장의 핵심 업무
학교(교육청 사업) 사업
요즘 학교로 오는 공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AI다. AI가 풍기는 혁신적 이미지와는 달리 인공지능 업무라고 기존에 하던 업무와 다른 것은 없다. 담당자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학생 활동이나 외부강사 수업을 계획하거나 이미 계획된 수업이 잘 진행되도록 행정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근본적인 AI 발전을 위해서는 수학, 과학 등 기초학문 강화에 힘쓰는 게 우선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대책보다 일 년 단위 예산을 쓰고 바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예산이 쓰이다 보니 소프트웨어, 컴퓨터 교육인데 AI로 표지갈이만 하는 경우도 많다. 학년에 속한 교사수가 충분하다면 인공지능처럼 교육부(교육청)이 관심을 갖고 돈을 투자하는 영역의 업무만 전담하는 동료가 있어야 일거리를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
개정교육과정 첫 학기만 번거로운 '평가'
1학기에는 연구부와 평가계획에 대한 피드백이 오가지만 2학기는 1학기에 정해진 기준과 틀에 내용만 바뀌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보통 올해 평가 계획은 작년과 같으면 안 된다는 조건이 있다. 그래서 작년 평가계획과 재작년 평가계획을 적당히 섞어 제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개정 교육과정 적용 첫 해에는 새롭게 평가안을 만들어야 해서 다른 해보다 다소 번거롭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 프로그램(스쿨마스터, 이지에듀)에서 과목, 영역별로 성취기준을 자동으로 선정해 평가항목과 평가기준을 추출할 수 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순식간에 평가 계획을 만들 수 있으므로 추출된 여러 평가 기준 중에서 학교에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면서 담당자 마음에 드는 평가 기준을 고르면 된다. 오히려 과거 기준안이 있어서 짜깁기할 때보다 더 빠르게 평가 계획을 완성할 수도 있다.
평가계획이 정리되면 연구부에서 일괄 취합을 하고, 결재가 나면 나이스에 계획을 입력한다. 이때 평가항목을 하나씩 입력하기보다는 나이스에서 제공하는 엑셀 양식에 정리해 업로드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보통 학교는 평가계획서에서 ‘상, 중, 하’ 3단계로 기준을 설정하지만 나이스에 평가 계획을 상신할 때는 ◎, ○, △로 입력하므로 다른 학년과 지난 학기에 어떻게 입력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지표에 문자 그대로 상, 중, 하로 입력하면 다른 학년과 다르거나 관행과 어긋날 수 있으므로 확인 후 진행하기를 추천한다. 학기말쯤 다른 학년과 평가 기준이 다른 것을 발견하면 기존 평가기록을 다 날리고 평가 기준부터 재기안 해야한다. 평가 결과를 입력했던 동학년 선생님의 노력까지 허사가 될 수 있으므로 미리 2학년은 어떻게 하는지 문의하면 좋다.
인터넷 쇼핑을 즐긴다면 학습준비물 적임자
인터넷 쇼핑을 좋아하거나 평소 재고 관리를 잘하는 동료가 맡으면 좋은 업무가 바로 학습준비물 구입 업무다. 연구실에 이미 구비되어 있는 자료들과 작년에 쓰고 남은 자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학년 연구실, 학교 연구실 준비물 재고 상황을 먼저 확인하고 주문해야 중복 구매를 막을 수 있다. OHP 필름, 도화지, 라벨지는 연구실 구석 어딘가에 누렇게 변해가고 있는 묶음이 있을 것이므로 먼저 찾아본다. 동학년 선생님들이 언제든 편하게 남은 재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꺼내놓기를 추천한다.
학습준비물 목록은 교육과정이 바뀌지 않으면 작년 구매 목록을 참고하므로 학년 회의가 금방 끝난다. 반면 교육과정이 바뀌면 바뀐 교육과정에 따라 학습준비물을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개정 교과서 내용을 살펴보고 필요한 준비물을 추려내는 학년 회의가 좀 더 길어질 수 있다. 학습준비물 담당이 구입 후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정리 강박증이 있으면 학년 선생님들이 사용하기 편하다.
청소용품은 미니멀하게
물티슈는 최소한만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물티슈가 눈에 보이는 상태에서는 일단 급하면 뽑아 쓰기 마련이다. 교사 책상에 둘 미니 갑티슈를 구입하고 휴지가 많이 필요할 때는 학생 화장실에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필요한 만큼 뜯어와 사용하도록 안내한다. 주로 학생들이 물을 엎었을 때 많은 휴지가 필요한데, 본인이 엎고 화장실에 왔다갔다 하면서 귀찮아야 물을 엎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교실에서 가장 필요한 청소 물품은 성능 좋은 무선청소기다. 다이슨 같은 무선청소기를 구매하고 싶지만 매년 주어지는 청소용품 예산으로는 다이슨 청소기는 어림도 없다. 좋은 청소기를 사서 청소 시간도 절약하고, 청소기 자체도 오래 써서 환경을 보호하고 싶지만 5만 원도 채 안 되는 각 반 청소물품 예산으로는 사서 금방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제품을 주로 구입하는 실정이다.
주로 먼지 제거포를 많이 구입하는데, 이 제품은 쓱 문질러 먼지를 치우기는 좋지만,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어서 곧바로 버려지는 일회용 청소용품이다. 고가 무선청소기를 살 수 없다면 일렉트로닉스 제품을 사거나 오히려 성능 좋은 입식 쓰레받기 세트를 구입하기를 추천한다. 입식 빗자루, 쓰레받기로 하교 후 남은 쓰레기를 쓱 한 번 쓸고 지나가면 눈에 보이는 큰 쓰레기를 짧은 시간에 담을 수 있어 시간이 없어서 대충 빠르게 청소해야 할 때 유용하다.
청소용품 담당자가 왜 교사인지 모르겠지만 청소용품 담당 교사가 있다면 담당교사가 여러 학년에서 요청한 청소용품 목록을 보고 일괄 구매해 다시 학년별로 나눌 것을 추천한다. 청소용품 담당자의 업무 편의를 위해 학년별로 시간차를 두고 장바구니에 담아 구입하는 경우, 행정실 구매 담당자가 물건을 착각하고 잘못 결제하거나 학년에서 담아 놓은 물건이 다른 학년의 실수로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협상 고수는 위원회 참석
성과급 위원회나 인사관리위원회 참여가 주된 역할이다. 성과급은 맡은 학년과 업무 난이도로 대략 등급 예측이 가능하다. 매해 교육 정책 변화에 따른 과중 업무, 학교장 관심사에 따른 과중 업무 등이 변하기 때문에 인사관리위원회 위원들의 합의로 성과급 지급 기준이 결정된다.
생활지도 영역에서 보통 1, 6학년 담임이 최상위 등급을 받고 이어서 5학년 담임, 그다음은 2, 3, 4학년 담인, 마지막 전담교사 순이다. 학습지도 영역에서는 주로 담임들이 상위 점수를 받고, 수업시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전담이 낮은 점수를 받는 구조다. 큰 점수차는 담당 업무에서 발생하는데, 부장 점수가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부장은 이변이 없는 한 최상위 등급의 성과급을 받는다. 어차피 전담 교사는 B등급을 예상하고 있고, 1, 6, 5 학년에서 보통 난이도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 중간 등급을 받을 확률이 높다.
결국, 2, 3, 4 학년 담임들이 중간 등급(A)과 하위 등급(B)을 놓고 경합하는데, 이때 담당 업무 점수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S, A, B 등급별로 할당된 인원수가 있기 때문에 맡은 업무가 힘든 업무로 분류될 경우 한 등급 높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A와 B 경계에 있으리라 예상되는 구성원은 예민해질 수 있다. 따라서 학년의 상황과 학년 선생님들이 맡고 있는 업무의 어려움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구성원이 위원회에 참석하는 게 좋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수준에서 학년이 처한 상황을 잘 전달하면서 협상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인사관리위원회는 학년말에 당해 성과로 평가대상자를 일렬로 줄 세우는 역할도 한다. 학교 특성과 구성원들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해당 학교 2년 차 이상이 적합하다. N년 차(교육청 따라 상이) 점수가 이동 점수에 활용되므로 교감선생님이 올해 N년 차인 사람을 넌지시 알려주는게 일반적이다. 보통 N년 차이면서 올해 과중 업무로 고생한 사람을 상위권으로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적거나 전담교사를 후순위로 배치한 상태에서 나머지 선생님들을 직감적(?)으로 나열한다. 직무 경험이 적은 저경력 교사보다는 여러 직무를 거쳐서 업무의 경중을 따질 수 있을 정도의 경력자가 더 잘할 수 있는 역할이다.
학년 간식 담당자
교사는 탕비실 간식거리를 본인 월급에서 내서 먹는 안타까운 처지이지만 당장 다른 재원 조달 방법이 없으므로 학년회비를 관리할 학년 회계 담당자(총무)가 있으면 좋다. 간식 구매 사이트 하나를 정하고 일정 날짜에만 구성원들이 담아 놓은 물건을 구입하면 굳이 담당자를 정하지 않아도 부장이 겸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이지만 동학년 구성원수가 충분하다면 굳이 바쁜 부장이 총무 역할까지 대신할 필요는 없어서 위임하면 좋다. 코로나 이후에는 학년 회식조차 드물어져서 가끔 이례적인 회의나 모임이 있을 때 학교 근처 개인카페에서 음료 정도 사면 학년 회비 내는 학년 부장으로서의 역할은 다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