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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향기 Aug 06. 2021

호접란 꽃 피다

 몇 년 전부터 공기 정화 기능성 식물로 호접란을 키우고 있어요.


처음엔 꽃이 예뻐서 꽃을 보고자 샀는데 꽃이 지더라도 공기 정화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아끼고 싶은 식물이 되었죠.


몇 개는 안방 머리맡 창문가에 두고 또 몇 개는 거실 창가에 두었어요.


화원에 가면 꽃이 진 호접란은 버려지던가 싸게 팔길래 그런 호접란을 거저 얻다시피 가져온 거예요.


사람들은 호접란을 키우기 쉽다고들 하지만 저한테는 쉽지가 않았어요.


추위에 약하고 과습에는 물러지는데 무덤덤한척하면서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관심을 가질수록 죽어가더라고요.


그렇게 안 생겼는데도 스트레스에 민감한 식물인가 봐요. 아니면 아픔을 내색하지 않고 고통스러워했을지도 몰라요.


별 관심 안 두고 거실 창가에 내버려 둔 호접란이 하나 있었어요. 물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준 게 전부인 것 같요. 깜빡 잊고 못준 적도 있었.


남향이라 겨울엔 햇빛이 잘 들고 밝게 들어오는 장소에 내버려 둔 거였어요.


한 겨울 어느 날,

눈길조차 안 줬던 거실의 호접란을 무심히 쳐다보는데 전에 없던 뭔가 올라와있더라고요.


가까이 가서 보니 꽃대가 올라오고 있는 거였어요.


와~~ 천덕꾸러기 자식이 우등상 타 온 기분이랄까 생각지도 못했던 기쁨이 일었어요.


그 이후로는 시선을 자주 던지면서 꽃 필 날만 고대하며 있었는데 날이 가도 꽃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죠.


들여다보니 꽃 몽우리만 몇 개 달린 채 꽃대가 말라붙어있는 거예요. 햇빛을 많이 받는 곳에 있으면 개화가 안된다는 글귀가 생각나더라고요. 아~! 그렇구나.


한두 달 지나 그 호접란에서 다시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이번엔 제대로 피겠지!

관심을 더욱 갖기 시작했죠.


아뿔싸!! 정을 듬뿍 담아 지지대를 세워주다가 연약한 꽃대를 꺾어버리고 말았어요.


이~런! 약손이 되기는커녕 꽃대를 꺾은 손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꽃대를 다시 올리기 위해 일념을 다했을 호접란에게 상당히 미안했고요.


이런저런 사건 사고로 인해 꽃구경은 쉽지 않았어요.


또 한 달 정도 지난 것 같은데요.
겨우내 햇빛을 한껏 받고 봄날이 한창일 때부터 거실 창가에 빛이 덜 들어오기 시작하자 호접란이 다시 또 꿈틀대기 시작하는 거였어요.


그냥 포기할 만도 한데 호접란은 꽃을 피우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지난겨울 몇 번의 개화 실패로 오히려 상당한 내공을 쌓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생명력 대단하구나 싶었어요.


나 역시도 실수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꽃대를 정말 조심스럽게 소중히 다루면서 옆 지지대에 걸어줬어요.


며칠이 지나 드디어 피워냈어요. 호접란 꽃을!!

  

숱한 고투 속에서 지지 않고 그것도 다른 호접란의 두배 이상으로 화려한 꽃을 피워 쥤어요.


벌써 한 달 가까이 꽃의 자태를 보여 주고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한데 꽃망울까지 몇 개 더 달아주었네요.


모진 세월 견뎌내며 

참고 참고 참다가 터진 것처럼

꽃 피었

아주 활~~ 짝!!  

춥고 추운 겨울 보내고

화려한 봄맞이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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