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래 인색함보다 베풂을 좋아한다
단골: 어떤 가게나 기관에 자주 드나들어 익숙한 손님
새로운 일터에서 나는 '전라도집'이라는 다소 적나라한 명칭의 밥집의 단골이 되었다. 사실 대다수가 믿지 않지만, 나는 사람이든 장소든 낯선 무언가를 알아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그래서 의도하지는 않지만, 식당에서, 택시에서 혹은 옷가게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말을 걸어올 때 불편함에 호의를 밀쳐낼 때가 있다. 그러나 한번 관계가 형성되기만 하면 누구보다 큰 신뢰를 준다.
사실 예전에는 이런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압박도 느끼고 애를 많이 썼는데, 알아차린 이후에는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승화하기 위해 이제는 다른 종류의 애를 쓴다.
어제도 그런 나의 단골 '전라도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전라도 할매 두 분이 운영하는, 대로변도 아닌 골목 귀퉁이, 네개의 테이블이 간신히 우겨들어 찬 작은 공간, 청국장 냄새가 가득 밴 허름한 식당인데, 전라도 밥집임에도 음식의 간이 세지 않아 자주 가는 곳이었다.
허름하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맛이 좋고 다양한 반찬을 단돈 만 원에 먹을 수 있어 자주 가기도 했지만, 낯가림 있는 내가 단시간에 단골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총각김치였다. 살짝 설익어 생무 맛이 약간 나는 제각각 크기의 윤기 나는 총각무를, 주인 할머니가 접시가 아닌 스댕 냉면 그릇에 넘치도록 담아 내왔을 때, 나는 그 옛날 어머니가 이웃집 김장 총각무를 얻어왔다며 같은 스댕에 내오던 따뜻함을 느꼈고, 맛도 정확히 그 맛이었다.
큰 무 다섯 개쯤 베어 물고는 안 되겠다 싶어 "할머니, 이 총각무 좀 저한테 팔아요" 물었더니, "지금은 다 떨어졌고, 조만간 다시 해서 갖다줄게. 그냥 먹어"라며 빈말 아닌 정으로 답을 주셨다.
그날 이후 나는 이 밥집의 팬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 밥을 먹으러 가도 "왜 이렇게 오랜만이냐"는 할머니의 핀잔에, "외근 빼고 뭐 빼고 하면 거의 매일 오는 걸요"라고 응수해도, "일주일에 다섯 번은 와야 우리 집 단골"이라며 너스레를 떠시는 할머니 둘이 참 따뜻하다.
어제도 분홍 소시지와 소고기 장조림을 생일상처럼 내주며 반찬값 내고 가라는 할머니의 위트에, 반찬값은 못 내겠고 할머니 두 분이 쌍화차나 드시라며 밥값 만 원에 찻값 만 원을 더 드리고 왔더니 종일 마음이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