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1125

한번 실패하면 한번 더 시도하라

by 미스터Bit

나이 45살에 엄청난 재능을 발견했다. 바로 텔레마케팅 기술이다.


새로운 업무에 발령 나자마자 적응할 시간적 여유 없이, 회사 전체 단위의 큰 프로모션이 있었는데, 적응 기간을 달라고 하기에는 새로운 조직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상반기 저조한 실적으로 지역 대표가 우리 조직을 특별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는 웃지 못할 비극이 발생했고, 해외 발령자인 내가 한 달이나 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하반기 출발도 늦어진 데다가, 이 조직에서의 업무는 사실 나의 전문성과는 결이 달라 바로 뭔가 보여주기에는 어느 것 하나 유리한 점이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기에 홀홀단신으로 가능 고객 리스트를 작성하여 출력한 후, 다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인 형광펜으로 고객의 이름을 지워나가며 전화를 걸었다. 내 전화를 반가워하는 고객은 믿지 못하겠지만 단 한 명도 없었다.


퉁명스러운 반응에 말이 꼬였고, 냉담한 거절에 등에 식은땀이 났는데, 나중에는 신호음만 가고 받지 않는 전화가 오히려 고마울 정도였다. 나름 해외파 출신이라 뭔가 다른 노하우가 있나 하는 기대로 귀를 쫑긋 세우는 동료들이 있어, 실패한 모습에도 고매함을 지켜야 하는 고충마저 견뎌야 했다.


첫날은 스무 통쯤 하면 한 통 정도 싫어하지 않는(반겨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고객이 있던 비율이,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서 다시 시도를 반복한 끝에, 다음 날에는 열 통 중 한 통으로 줄었고, 그다음 날에는 다섯 통에 한 통으로, 급기야 다섯 통에 세 통까지 성공확률이 높아졌다.


다른 이들이 우하향을 그리며 실적이 줄 때 나는 오히려 우상향을 그리며 실적이 늘었고, 감사하게도 준수한 성적으로 프로모션을 마쳤다.


솔직하게 자화자찬해도 좋을 만큼 일을 잘 해냈다. 동시에 내가 꽤 유능한 텔레마케팅 기술이 있다는 중요한 발견도 했다. 미래에 혹시 내가 큰 성공을 한다면, 이때를 기념비적 순간으로 삼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운 성공 경험이었다.


비결은 단순하다. 내가 납득할 만한 최고의 제품만 파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단 한 명이라도 만족한다면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지속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전환했고, 나는 이 관점에 몰입하여 집중했다.


그날 이후 나의 텔레마케팅 실력은 지독하게 진화하고 있고, 어제도 텔레마케팅으로 상당한 결과를 이뤄냈으며, 사뭇 진지하게 텔레마케팅 교육 학원을 차려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는 중이다.


그러니 지금 살고 있는 세계에서 퇴장할 결심이 아니라면, 어렵더라도 한번 실패하면 한 번 더 시도하라. 생각보다 한 번 더 시도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달리 해석하면 그건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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