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1210

선택을 끈기있게 살아낼 때, 실패가 아닌 모험이 된다

by 미스터Bit

7년 전 퇴사한 입사 동기 두 명을 만났다. 둘 모두 퇴사 후 여러 경험을 겪은 후, 한 명은 자기 사업을 5년째 이어오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자기 사업을 하는 이에게 합류하여 일을 돕고 있다. 둘은 이구동성으로 몇 년째 벌이가 시원치 않다고 했고, 대기업 근무는 거대한 성 안에서 보호받으며 싸우는 전쟁과 같으니 절대 성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다.

오고 가는 대화 중에 나는 만약 퇴사를 결정한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냐 물었더니, 둘 다 큰 고민 없이 그래도 퇴사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속으로 '아직 성 밖의 전쟁이 살아낼 만하구나' 생각하며 웃었다. 다행히 이들은 그들의 선택을 지켜낼 의지와 능력이 충분히 있고, 나는 그들이 세상에 내어놓은 그들의 바른 제품과 철학이 언젠가는 인정받을 거라 의심하지 않는다.

자리를 마치고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 얼마 전 방문했던 조카의 와인바 기억이 불현듯 났다. 사촌 누나의 외동아들인 조카는 멋진 외모로 성장해 벌써 서른 살이 되었고, 군대를 마치고 잠깐 했던 을지로 와인바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계기로 다니던 학교의 복학도 미룬 채, 자신의 와인바를 2년째 경영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술 한잔 후 2차 장소를 고민하던 중, 근처에 조카 와인바가 있다는 기억이 들어 위치를 묻고자 한 전화를 받지 않아(1번 단서), 사촌 누나를 통해 위치를 알아내, 기분 좋게 취한 친구들을 데리고 굳이 조카의 와인바로 갔다.

라틴어의 긴 가게 이름은 입에 붙지도 않을뿐더러(사실 지금도 모른다), 정면 간판이 없고 작은 입식 간판만 있어 가게를 찾기 어려웠다(2번 단서). 가게는 한눈에 봐도 비싸고 폼나는 외양을 갖췄는데, 와인바에 와인 셀러가 없었다(3번 단서). 유럽풍 음식은 나쁘지 않았으나 와인과 페어링할 만한 뚜렷한 시그니처가 없었다(4번 단서).

가게 매상을 올려주겠다는 친구는 흥이 올라 제일 자신 있는 와인을 추천해달라 요청했는데, 조카는 추천을 자신 있게 못 했다(5번 단서).그는 와인바를 2년째 경영하는데 소믈리에 자격증이 없었다(6번 단서).

가게가 끝나갈 무렵이기에, 나의 손님들과 자리를 같이하자 권하니 싫은 기색이 역력했고(7번 단서), 짖궂은 나의 친구 녀석은 그를 자리에 앉혀 우리는 잠깐의 억지 대화를 이어갔다. 조카는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자신이 생각한 서른 살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며 조금은 분해하는 것 같아 보였다.

짐작건대 최근 수개월간 그 어려운 이름의 가게를 일부러 찾아준 손님들 가운데, 그날 계산을 한 내 친구가 압도적으로 큰 매출을 올려준 손님이었을 텐데, 조카는 큰손 손님의 명함조차 달라 하지 않았다(8번 단서). 그리고 우리는 일부러 찾아간 가게 주인의 배웅 없이 나왔고(9번 단서), 오로지 나 때문에 이 가게를 찾은 친구들이 환대 없이 큰 비용만 계산한 것이 미안해, 순대국이라도 먹고 가자고 집으로 향하는 발길을 붙잡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조카는 지금까지 감사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10번 단서).

나는 조카를 사랑하지만, 그의 사업이 지금은 잘될 것 같지 않다. 나는 여기서 그가 성공할 수 없는 단서를 고작 10개 언급했지만, 미안하게도 손쉽게 100개는 더 언급할 수 있다.

내가 입사 동기의 성공을 예상한 건, 그는 그가 타인을 위해 내놓는 제품 혹은 가치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기꺼이 사람들이 비용을 들여 구매할 때까지, 개선해서 완벽함을 찾아가겠다는 뚝심이 있어서였다. 반면에 사랑하는 나의 조카는, 본인만 만족한 화려함이라는 가치를 타인들이 인정해주지 않아 화가 난 것처럼 보였고, 대개 그런 형태의 현실 인식은 경험상 성공의 가능성이 낮다.

몇 년째 적자라는 동일한 결과를 손에 쥐고, 같지 않은 길을 걷는 상반된 두 사업가를 만나고 보니, 우리가 한 선택을 꿋꿋이 뚝심 있게 살아내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지금껏 한,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모든 선택을 실패가 아닌 모험으로 빚어보자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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