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1217

나의 어제는, 스무 살의 내가 몹시 살고자 한 인생이었다

by 미스터Bit

모든 면에서 반 박자씩 틀어져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다. 아침부터 잔뜩 화가 난 듯 회색빛 날씨였던 어제가 나에게는 그런 날이었다.


바쁜 고객을 돕고자 역할 이상으로 일을 도왔더니, 아랫직원을 대하듯 무례한 태도의 고객 부부가 나의 인내심을 자극했다. 또 동료의 일정에 따라간 미팅이 약속된 시간보다 길어져 무려 3시간에 걸쳐 식사와 잡담을 마쳤다. 덕분에 나는 다음 스케줄의 고객에게 갈 타이밍을 놓쳤다.


뭔가 어긋난 하루는 멈춤 없이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자금 집행 스케줄을 변경하는 연락이 왔고, 공들여 짜낸 계약 2건이 정부의 모호한 규정 해석에 의해 심사 거절을 당했다. 급기야 미적지근하게 일을 던지듯 마무리하고 휴가를 간 동료의 일을 수습하느라 예정에 없던 야근까지 해야 했다. 더한 일이 일어나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하루였고, 나는 평정심을 간신히 유지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잦아든 찬바람 덕에 늦은 퇴근길 사색 구간을 걷고 어제의 틀어짐을 복기할 수 있었던 점이다.


감정의 톤을 조금은 가볍게 낮추고 걸으며 생각했다. 지금까지 타인의 도움으로 많은 것을 이뤘다. 나를 아끼는 이들이 박수 쳐 축하해 줄 만큼 좋은 직장에 들어와 행복하게 일하고 있고,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 부족함 없이 살고 있으며,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될 만한 경제력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전히 해내고픈 꿈이 있다.


산책 끝에서, 이렇게 많이 가졌음에도 여전히 못마땅한 것들로 하루를 채운 나를 조금은 자책했다. 사실 관점을 약간만 달리하면, 무례한 태도의 부부는 나의 능력을 인정해 부탁한 것일 테고, 잡담 덕분에 회사의 리스크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심사 거절 덕분에 잘못 처리 시 사후 수습해야 할 번거로움을 예방했고, 완성도가 낮은 업무를 한 동료 덕분에 고요한 산책을 할 기회를 만들었다.


이런 시험의 탈을 쓰고 찾아온 원인들 덕분에 나는 또 무언가를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어긋났다며 감사한 하루를 억울하게 대우했다. 사실 어긋난 건 내 마음이었다.


스무 살의 내가 꿈꿨던 것들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좋은 직장, 멋진 배우자, 밝은 아이들 그리고 따뜻한 우리 집이었음만은 확실히 기억한다. 그런 면에서 나의 어제는, 스무 살의 내가 몹시 살고 싶어 했던 인생이었고, 또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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