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1219

불편함을 통과하고 있다면, 삶을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by 미스터Bit

며칠 남지 않은 2025년은 곱게 이별을 고해주지 않을 작정인가 보다. 끝났다고 생각한 어려움을 비켜내니, 다른 어려움이 쉴틈주지 않고 덤벼왔다. 믿었던 거래처 회사가 소송으로 무너졌고, 한 달을 버틸 운영 자금을 못 구해 고군분투하는 회사는 위태로워 보였다. 하루 종일 정리 안 된 서류를 찾아 분주한 직원, 시스템 조작을 잘못해 두세 배의 복구 시간을 쓰는 동료 등 무질서한 하루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나는 의사 결정권자가 아니라는 것이고, 내가 여기서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생각드니 어지러웠다.


이번 주는 꾸역꾸역 한 주를 산 기분이다. 원인을 쫓아봐도 뒷꽁무니만 모호하게 보일 뿐 명쾌하게 답을 주는 것이 없다. 무기력함에 사실 원인을 찾고자 하는 마음조차 귀찮다. 새로울 것 없는 상황에서 나의 열정은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는가 보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무겁다. 딱히 어려운 것은 아닌데 일어나고자 하는 나의 부지런한 의식이란 녀석이 편안함을 좋아하는 나태한 의식이란 녀석에게 며칠째 쉽게 지고 있다. 그래도 아침 루틴으로 텐션을 끌어올리며 출근길에 올랐고, 나의 컨베이어 벨트는 어김없이 작동했다.


여의도쯤 왔을 때 지난번 9호선 기관사의 목소리와 따뜻한 멘트가 흘렀다. 오랜만이다. 내심 매번 지하철을 탈 때마다 기다렸는데, 기다렸다는 생각조차 못한 지친 오늘, 그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도 그 목소리는 주위의 소음을 덮는 것 같았다. 어제의 고단함은 지하철에 두고 내리라는 나긋한 멘트와 이번 정류장은 복잡하니 서두르지 말고, 여러분들의 안전한 하차를 위해 문을 충분히 열어두겠다는 멘트가 위로가 됐다.


그 목소리는 진심을 꾹꾹 담은 배려가 있어 좋았다.


어떤 책인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불편함을 통과하고 있다면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 것이라 했다. 생각해보니 또 맞는 말이다. 불편하다는 것은 본능의 편안함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고, 미세하게나마 껍질을 깨고 있는 중일 것이다. 요즘 불편한 감정이 폭증하는 것을 보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모양이다. 또 그냥 부딪혀보자. 부딪히고 불편하고 또 부딪히고 불편하다가 생각지 못한 친절한 위로에 다시 마음을 기대다 보면, 난 분명 옳은 곳에 와 있을 것 같다.


나는 진심으로 9호선 젊은 기관사님이 오늘 행복한 하루를 보냈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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