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당기는 비법은 운이 좋다고 자주 말하는 것이다
토요일 아침, 다시 10km를 달렸다. 지난 10km 완주 경험 이후 무릎 통증에 대한 공포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당연하게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6~7km를 달리고도 무릎 통증이 심하지 않은 것을 보니 달리는 자세가 많이 좋아졌나 보다. 심지어 10km 마지막 구간에서는 힘이 남아 속도를 높였고, 구간 타임을 오오공(5분 50초)으로 마무리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제법 많은 성장을 이루었고,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더 달려볼 생각이다.
달리면서 한 주간 어지러웠던 마음들을 생각했다. 업무에 있어 기대 이하의 상황에 대한 불만들, 무례한 태도의 동료를 향한 화남들, 일로 만난 사람들의 미성숙한 배려에 대한 안타까움들, 그리고 이런 외부 상황에 현명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뜨겁게 반응하는 작은 나.
부정적인 모든 것들을 모두 한데 모아 작은 부스러기로 조각 내 달려온 10km에 모두 흘리고 오니, 육체와 정신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서 현명한 이들은 달리나 보다 생각했다.
달리기를 끝내고 아내가 준비한 간단한 아침을 하며, 최근 일로 인해 마주한 삶의 어지러움에 대해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대화를 아내와 했다. 삶의 불편함이 있을 때 나는 아내에게 질문을 던지는 편인데, 오늘도 아내는 당신이 하는 일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현명한 답을 주었다. 이 한 문장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고, 나는 갑자기 신이 났다.
일본에서 한때 소득세를 가장 많이 냈다던 사이토 히토리 씨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좋은 운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운의 본질은 움직이는 것이고, '운동'과 '행운'에서의 '운'의 한자가 서로 같다고 했다. 그래서 운세의 뜻은 '움직이는 기세'인데, 운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운이 좋다는 말을 자주 해야 운이 그 말을 듣고 나를 향해 움직인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많은 이들이 이 말의 참뜻을 모를 수도 있으나 나는 이 말이 익숙하다. 운과 기, 에너지, 주파수 등 이름은 다르지만 시대를 초월해 성공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경험을 간증하듯 이곳저곳에 남겨 놓았고, 나는 그 힘은 오직 믿는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고귀한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마치 전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기가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아침에 창밖에 보이는 사람들이 만약 우산을 쓰고 있었다면 나는 달리기 위해 현관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밖으로 나왔을 때 앙증맞게 빗방울이 떨어졌고, 몇몇 사람들은 우산을 썼다. 운이 좋게도 나는 비가 떨어지기 전 창문 밖을 봤기에 달리기까지 이어졌고, 그 운은 나의 어지러움을 잘게 부숴 흘려버릴 수 있게 도와줬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운이 좋게도 마라톤을 이미 하고 있는 친구들을 둔 덕분에 4개월간 꾸준히 달릴 수 있었고, 운 좋게도 지금 내가 사는 이곳에 살았던 친구를 만났기에 이런 친구들 가까이 이사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진짜 운 좋게 근력 운동 마니아 형이 근처에 살아 매번 일요일 근력 운동과 스크린 골프를 같이 즐길 수 있다. 나는 진짜 운이 좋다.
요즈음에 나는 미얀마에서 서울 북쪽 끝까지, 그 먼 거리로 나를 이동시킨 거대한 힘과 이유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진다.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며 이유를 찾아가는 중이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오늘 아내와 대화하면서 그 힘과 이유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얻은 것 같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또 할 일이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