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좋은 생각이 많으면 나쁜 마음이 들어올 틈이 없다
2026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연말연시에 사회와 직장에서 허용되던 약간의 너그러움도 사그라들어, 모든 영역에서 다시 달릴 준비를 하는 데 한창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주식도 뻘겋게 피를 토하며 위로 달리고 있다. 올해도 모두가 바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였다.
회사의 시스템도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무난한 임단협 타결로 추가 사안에 대해서도 노사가 적당히 타협하는 모양이고, 회사도 빠른 속도로 작년 한 해 성과에 대한 성적표를 발표하고 있으며, 직원들도 저마다 발령에 의한 이동이 예상되는지, 주변 정리에 여념이 없다. 밖의 날씨는 여전히 찬데, 회사의 시계는 벌써 봄을 맞은 것처럼 역동적이고 빨라졌다.
나도 회사와 관련된 일로 매우 바빠졌다. 작년 성적표에 오류가 없나 꼼꼼히 살펴야 했고, 잘된 것은 무엇이고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또 우리가 돈은 잘 벌고 있는지 등 직원들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나만의 과제가 많다. 더욱이 올해 전략을 최선과 차선, 차차선까지 고려해 세워야 하고, 특히 중요한 직원 인사 평가도 해야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이런 일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가을에 벼를 수확하고 봄에 모를 심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현명한 농부는 지난 농사를 복기하고 새로 할 농사 준비를 또 부지런히 하는 법인데, 그런 현명한 농부의 자세를 지닌 이들이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3년 동안 대한민국 직장 생활의 풍경이 크게 바뀌었고, 적응이 더딘 나만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이방인 같다. 내 관점에서는 직원들이 수동적인데 민주적이길 요구하고 있고, 집단보다는 개인이 월등히 우선되길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가끔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꼼꼼하지 않은 사람들, 타인에 대한 배려가 귀해지는 일상, 친절하지 않은 주변인의 모습들. 이런 것들에 잘 적응해야지 하다가도 내 마음과 같지 않게, 무례한 마음들이 불쑥 찾아올 때면 신경이 곤두선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소위 꼰대가 된 것 같다. 꼰대가 되더라도 글로 표현하되 말로는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간 단련한 명상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의식에 무단 침입하는 부정적이고 짜증스러운 것들을 쫓아내려해도 맘대로 되지 않아 짜증이 배가 된다. 흰 토끼를 생각하지 말라고 한 비트겐슈타인이 왜 천재인가 새삼 감탄하게 되면서, 내 머릿속의 흰 토끼들은 더욱 활발하게 나의 이목을 끈다.
그러다 문득 이제 곧 만나게 될 소중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친구와 그들의 가족들, 나를 아끼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가족, 즉 행복한 생각들이 나의 무의식을 지배하기 시작하니 어느새 흰 토끼가 사라졌다. 마치 태양이 입김을 불어 순식간에 먹구름을 치워버린 것처럼 갑자기 화창한 기분이 들었다. 좋은 생각들이 많아져 부정적인 것들이 나에게 들어올 틈을 허용하지 않게 된 것이었고,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한 경험이었다.
세상은 온통 내 마음 같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어김없이 그럴 것 이다. 중요한 건 어지러운 외부가 아니라 어지러움을 붙잡고 씨름하는 나의 내면이다. 나는 행복이 더 자라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의 행복들을 무의식에 쌓아 놓고도, 지금껏 꺼내 쓰는법 조차 몰랐던 것이다.
깨닫고 나니 오늘이 유독 화창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