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0110

질문은 그 자체로 힘이 세다

by 미스터Bit

고민 끝에 테슬라 모델Y를 구매했다. 자동차가 필수품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여전히 변함없으나, 약해진 아내와 가족의 기동력을 생각하니 전보다 쓸모가 생겼고, 이왕이면 지구의 환경 보호와 합리적인 가격까지 감안해 모델Y를 선택했다.


사실 전부터 나는 수소차에 관심이 많았다. 지구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몹시 걱정하는 아이들에게도 어른으로서 책임감 있게 그 마음에 동조하고 싶었고, 동시에 수익이 안 됨에도 고집 있게 긴 시간을 버텨온 현대차의 바른 명분을 응원하고 싶어서이다.


내가 아는 바로는 수소차 기술은 세계적으로 현대차가 압도적으로 선도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다만 좋은 명분을 가족에게도 같이 동참하자고 하기에는 비용과 인프라 부족의 허들이 아직은 높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현대차의 수소차 팬이다.


나는 운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없기에 차를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생애 첫차부터 이번까지도 차를 잘 아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엔지니어 형의 조언과 차에 해박한 친구의 강력 추천으로 모델Y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바로 구매를 했다. 차를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결제를 했는데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모든 걸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이걸 나는 개인사의 외주라고 부르는데, 나보다 실력 좋은 사람들에게 개인사에 관한 일을 외주 하여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차를 잘 아는 친구에게 차 선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전자기기를 잘 아는 엔지니어 형에게 전자기기 선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투자를 잘하는 친구에게 투자 조언을 구하여, 이를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외주이자 의사 결정을 잘하는 나름의 비법이다.


한 번은 미얀마에서 형이 고민이 있다며 나와 친구를 불렀다. 우리는 빗소리가 특히 좋은 소박한 일식당 2층 창가에 앉아, 형의 본사 복귀에 대한 고민을 들었다. 그때 나는 직접적인 해결책 대신, 현명한 형수님에게 외주를 맡겨보라고 제안했다. 형수님은 누구보다 뛰어난 상담가셨고 명쾌한 답을 주실 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형은 의사결정이 막힐 때면, "복잡할 때 유 이사 말처럼 외주 주면 돼"하고 말한다. 나의 진심을 귀담아 일상에서 실천하는 형이 나는 참 고맙고, 그게 그 형의 가진 특별한 경청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외주는 곧 질문이다. 질문은 그 자체로 힘이 세다. 그러나 우리는 똑똑해진 사회 시스템 덕분에 과거에 비해 질문을 잃어가고 있다. AI의 발전으로 그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회사에서도 내가 신입이던 시절에는 선배들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밥과 술을 사가며 질문을 던지곤 했는데, 이제는 후배들에게 질문이 많다고 핀잔을 듣는 세상이 되었다. 서로 질문하지 않는 게 묵시적 규정이 된 것 같아 많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질문의 실종은 곧 자아의 실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질문 없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다행히 나의 애착 인간들은 궁금한 것과 질문이 많다.


"자, 여기서 질문을 던져 볼게"로 말을 시작하는 나의 오랜 벗 송파 친구,


"모델Y는 샀어?"를 아침저녁으로 궁금해하는 엔지니어 형,


"바닥에 떨어진 돌에게도 물어볼 게 있어"하는 감각이 남다른 친구 등


운 좋게도 나는 좋은 질문러들을 가까이 두고 살고 있으며, 큰 복으로 생각한다.


누군가 사람 자체가 궁금할 때, 그 혹은 그녀가 일상에서 어떤 질문들을 하며 살고 있는지만 체크해 봐도 그들의 본질이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고 믿는 편이다. 그게 바로 질문의 힘이다.


답이 없어도 좋고, 논리적이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나는 우리가 되도록 많은 질문을 삶의 그릇에 담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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