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0115

환대받고 싶다면 타인을 환대하라

by 미스터Bit

서울은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는데 나의 겨울은 잠깐 멈췄다. 나는 지금 미얀마 양곤에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강제 통금이 해제되었다는 것을 제외하고 미얀마는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빠른 물가 상승으로 쪼그라든 국민들의 살림 때문인지 오히려 도시의 활기가 전보다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방인으로 다시 찾은 나에게 미얀마는 시작부터 전과는 다른 각도로 보였다.


하노이에서 급유를 한다는 이유로 총 비행시간 8시간 만에 양곤 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에 사는 동안에도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중 하나인 '후진적임'은 여전했다. 비행과 관련한 사안만 보더라도 이번처럼 사전 예고 없는 비행 경로 변경은 물론이고, 권력자가 안 탔다는 이유로 제시간에 출발하지 않는 비행기, 그때그때 달라지는 세관의 입국 품목 기준들, 느닷없이 생겼다는 공항세와 이를 지불하기 위한 큰 단위 달러에 잔돈이 없으니 잔돈으로 가져오라는 억지의 공항 공무원 등 사회 통상의 기준들이 마치 불합리함이 없이는 작동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아버지의 증언에 따르면 70년대 우리나라는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할 인프라가 없어 그 당시 버마에 와서 경기장을 빌려 경기를 했다고 했다. 축복받은 날씨와 비옥한 땅, 풍부한 자원 그리고 높은 수준의 불교 유산 등 타고난 부유함이 많은 풍요의 이 나라는 우리나라가 강국으로 발전하는 동안, 오히려 퇴보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후진적인 국가로 전락했고, 앞으로 나아질 희망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친구를 만난다는 기대와 미얀마 현실에 대한 우울한 걱정을 안고 도착한 양곤 공항에는 친구와 함께 반가운 얼굴이 배웅을 나왔다. 바로 친구 회사의 주재원 법인장이었다. 운동선수 출신다운 피지컬을 가진 그는, 반전으로 섬세한 친절과 배려가 태도에 배어 있는 분이었다. 지난겨울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나를 놀래켜 주기 위해 예고 없이 나의 회사를 방문했었는데, 하필 그날 휴가여서 만나지를 못했다.그래서였을까, 그는 미얀마에서 우리를 기다려 환대했고, 그 마음 씀씀이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우리를 환대하는 이가 또 있었다. 같이 동행하는 형에 의해 알게 된 동생으로, 모델 같은 외모의 그는 약간은 독특한 배경으로 미얀마에 일을 하러 왔다가 지금은 애초 여기를 오게 만든 일은 그만두고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마침 우리가 오는 타이밍이 본인의 휴식기와 겹쳐 잘됐다며 우리를 위해 일주일 통으로 시간을 비워두었다 말하는 고마운 친구다.


그와 깊이 교류한 것은 아니나 세련된 매너와 단정한 외모, 차분한 에너지가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고 항상 일관적인 예의 바름이 특히 좋았다. 내가 한국 복귀하고 그는 한국에 잠깐 왔다며 나의 회사에 찾아와 인사를 전했는데, 그날 더 깊이 그와 친해졌고 그는 미얀마에서 다시 우리를 환대해주었으며, 차가 없는 우리의 발이 되길 기꺼이 자처해주었다.


미얀마에 온 지 며칠 후 저녁에는 형과 나의 전 직장 상사를 모시고 식사를 했다. 이번 여행의 공식적인 스케줄은 이 저녁을 제외하고는 만들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이들은 우리가 찾아주지 않음을 서운해할 수 있으나, 우리는 최대한 우리의 시간을 온전히 갖고자 했고, 전 직장 상사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이 우리가 생각한 최대한의 타인을 위한 시간 할애였다. 여전히 우직한 그들과 함께 잊지 못할 순간을 같이했고, 또 다른 환대에 감사했다.


미얀마를 떠나 우리나라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마음이 바로 이 환대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 사회는 환대가 멸종 위기에 놓인 것 같다. 어려서 어머니는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환대하라고 가르치셨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그런 나에게는 나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고객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환대는커녕 불쾌한 경험을 사은품으로 넣어 같이 돌려보내는 장면들은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다. 환대에 대한 목마름을 이곳에서 다시 보상받은 기분이 들어, 그것만으로도 이곳에 다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환대를 좋은 가치로 배우고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환대에 대한 갈증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겨울 날씨처럼 우리 사회의 환대의 습도가 건조하기만 하다. 긴말할 것 없이 우리는 환대를 좋아한다. 환대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타인을 먼저 환대하는 것일 것이다.


길지 않은 여행이지만, 한국을 방문한 짧고 귀한 시간에 일부러 마음 써 나를 찾아와준 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담아 인사를 했다. 나와 환대를 서로 주고받은 이들은 단순한 지인을 넘어 친구이자 삶의 동지 같은 사람들이다. 특히 우리를 이곳에 오게 만든 친구는 이미 같은 미래를 공유하는 삶의 파트너이다. 진심으로 이들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이곳에서 내가 받은 이 친절과 환대를 어떤 식으로 갚을까 생각하니 또 마음이 따뜻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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