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0202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by 미스터Bit

새해 인사 발령의 여파도 어느 정도 지나, 새로운 사무실 풍경도 제법 자리를 잡아간다. 몇 명 되지 않는 인원이지만 인사는 항상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변화에 대한 인간의 저항 본능이 강해,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변화를 겪게 된다면 셈법이 꽤 복잡해진다.

미얀마에서 근무 당시, 같이 근무하던 본부장님의 탁월한 인사관리 업무를 가까이에서 보며 배웠는데, 그는 과거 국내의 큰 기업에서 인사총괄을 하셨던 이력이 있었다. 그때 나는 인사관리에 대한 큰 관심이 생겼으나, 아직은 인사 권한이 제한적이라 실력을 써먹을 기회가 없었다. 어쨌든 인사가 만사인 것만은 틀림없다.

나의 유일한 인사 권한이 있는 우리 팀에 대한 업무 분장에 있어서, 가능한 영향력 있게 권력을 마구 휘둘렀다. 처음 왔을 때부터 벽에 비스듬히 걸린 액자처럼, 어색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팀의 업무 시스템을 이번에 대폭 바꾸어 완전히 다른 형태로 개편했다. 맹세컨대 나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건설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살리면서 하는 최소한의 변화를 더 선호한다. 그것 또한 '심플이 최선이다'라는 나의 삶의 모토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고 건축에 비유하자면 낡은 아파트를 부수고 재건축하는 것보다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을 감행한 이유는 업무 구조 분석에 대한 기초 공사가 잘못되었고, 오랫동안 그 위에 새로운 것들을 증축해서 부분 공사로는 도저히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저성과로 나타났고, 그 피해는 고약하게도 직원들의 몫이었다. 약간의 관심만 있었다면 숫자 이면에 가려진 문제점들을 쉽게 읽어낼 수 있었을 테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해야만 했다.

미얀마에서 했던 구조조정이 지구 단위의 재개발이라고 비유하면 이번 개편은 아파트 1개 동 정도 재건축하는 수준이라 사실 일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나도 구원투수 보직이 팔자인가 보다.

그 덕에 우리 팀원들은 처음 겪는 업무 시스템 변화 때문에 분주하다. 자신 있게 말하는데 우리 팀원들이 그 정도 변화를 감당 못 할 정도의 그릇이었다면 나는 결코 변화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변화의 성공은 결국 구성원의 실행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나의 팀원들은 큰 변화를 원만히 수용하고 잘 따라와 주고 있다. 나는 그것이 나에게 보내준 팀원들의 신뢰라 받아들였고, 성격상 훨씬 크게 보답할 작정이다.

변화 덕분인가, 우리를 찾아오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고, 아직 자리 잡기 전이라 나의 팀원들은 전보다 훨씬 바쁘고 강도 높은 업무의 압박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힘을 빼라고 코칭을 해도 기존에 쌓아온 나쁜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사실 나쁜 습관이라기보다는 지나친 책임감이 문제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한데, 나 역시 찾아오는 손님을 어떻게든 돕고자 하는 마음에 모든 일을 끌어안고 오도 가도 못 하던 힘든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혼자 전전긍긍하는 팀원에게, 나를 찾아온 손님을 돕고자 하는 마음보다 중요한 건 손님에게 차별화된 만족을 주는 것이라 조언했다. 즉 집중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때 손님을 만나라는 것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 하루 20시간씩 일하던 끔찍이 바쁜 시절에, 어느 날 중년의 남성이 찾아와 3백만 원 남짓의 소액을 빌리고 싶다 했다. 이혼 후 따로 살던 딸이 대학에 들어갔는데 첫 등록금을 내주고 싶다는 이유였다. 사연을 듣고 있노라니 나의 F 감성이 허용치를 초과했고 그 손님만큼 간절하게 나도 그 손님의 바람을 돕고 싶었다. 문제는 승인의 결재 라인이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다른 일은 제쳐두고 잠을 줄여가며 심사를 준비했고, 주위에서는 돈 받은 거 같다며 수군댈 정도로 과한 정성을 들였다. 일주일 이상 본사와 치열하게 협의했지만 결국 승인을 받지 못했고, 나는 손님께 최선을 다했지만 돕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하게 일이 전개되었다. 손님은 거의 절규하며 모든 수단을 써서라도 내가 처벌을 받게 하겠다며 분노했고, 나는 모든 정성을 쏟았던 결과가 상대의 분노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나와의 어떤 대화도 거부했으나, 여러 사람이 중재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그를 만났다. 그는 내가 마음 써준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나, 절실하게 그 돈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내가 자금 지원을 못 해줬을 뿐 아니라 대안을 찾을 시간과 기회도 빼앗았다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그는 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날 나는 그에게 너무 미안했고,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배고픈 이에게 빵을 베풀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숭고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손에 쥔 진짜 빵을 입으로 삼켜 위로 느낄 수 있을 때만 배고픈 이에 대한 구원이고 감사이다.

오늘 팀원을 보며 나의 도움이 필요해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최고의 만족을 주자고 다시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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