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0203

작은 인연은 없다

by 미스터Bit

책 선물을 받았다. 그것도 4권이나 한 번에 받았다. 지난 연말 서대문에 있는 오래된 출판사를 찾았을 때 대표님으로부터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책을 선물받은것도 얼마 안 됐는데, 이번에는 무려 4권의 책을 뜻밖에 받았다.

우연하게 손님으로 나를 찾아온 파주에서 출판사를 운영 중인 대표님이, 이렇게 마음 편하게 상담받은 적이 없었다며 고마움의 표시로 책을 선물하고 싶다 했고, 나는 감사하다고 넙죽 받았다. 대단한 친절을 베푼 것은 아니었으나, 친절에서 비롯된 책이라는 온기 가득한 마음의 선물은 대단한 것이었다.

상담했던 미팅이 잘 진행되어 계약 마무리를 위해 그를 다시 만났다. 책 선물이 일의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귀한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마음을 조금 더 담아 일이 잘 진행되게 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대표님께 회사에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리파이낸싱을 제안했고,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나, 단언컨대 그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디에서도 받지 못할 제안이었을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큰 성과다. 현명한 내 친구가 자주 말하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만난 것은 복이고 우리는 복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인연이었다.

말수가 적지 않은 그는, 스스로를 잘나가는 출판사 대표이고, 파주 출판단지에서 롤모델로 불린다며, 자기소개를 미팅 테이블에 앉기도 전부터 유창하게 했다. 그는 계약서 작성보다 대화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고, 나도 그의 얘기에 흥미가 있었다.

대화의 사이를 메꿔줄 나의 추임새 없이도, 그는 현재 사업의 상황부터 출판사를 하게 된 배경과 연혁, 직원들의 역량, 주요 거래처들의 니즈 트렌드 그리고 애정하는 책 등 두서없이 빠른 페이스로 다양한 말들을 토해냈다.

그 가운데 유독 관심이 끌렸던 주제는 그가 만난,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사람들의 공통점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 달에도 5~6권의 돈이 안 되는 자서전을 출간하는데, 이유는 그 사람들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잘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부정의 단어를 쓰지 않는 반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은 안 된다는 말로 시작한다고 했고, 그 기운은 고스란히 얼굴 표정에서 빛과 그늘로 드러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본인도 잘되는 일이 많은데, 나를 만난 것도 그중 하나라며 나를 치켜세웠다. 그의 눈빛과 언어와 말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놀라웠는데, 이유는 바로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하는 얘기와 눈빛과 태도를 그에게서 똑같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많은 책들이, 강연들이, 그리고 사람들이 성공과 행복을 얘기할 때는 분명 관통하는 공통의 축이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선명하게 그 축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말미에 본인의 건물 임차인들에게는 관리비를 받지 않는다고 했고, 세입자들이 마음껏 창의적인 활동을 할수 있게 응원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게 얼마나 창의성으로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작은 마음의 공간이라도 베풀자고 하는 그의 의도는 또 다른 씨앗이 되어 이 사회의 병든 마음에 치유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일상 가운데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는 일은 가슴 뛰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업이 재미가 있다. 작가 채사장이 얘기한, 자신이 책을 쓰는 이유가 자신과 같은 종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의미가 이제 와서 조금은 이해가 된다.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 가운데 작은 인연은 없다.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들과의 연결 고리를 찾을수 있을것이다. 그것이 바로 타인에 대한 친절이고, 배려이고, 관심이고 궁극적으로 사랑일 것이다.

오늘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불현듯 우리 앞에 나타나는 설레는 하루가 되는 것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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