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0226

성공은 항상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더라도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by 미스터Bit

최근 심혈을 기울였던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 일이 가장 보람있는 순간이 바로 고객과 일을 함에 있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원하는 결과가 잘 나왔을 때인데, 이번 경우가 딱 그런 순간이었다. 많은 고객들이 나에게 금전적으로 이익이 되는 도움을 받고서도 뭔가 내가 부탁을 하는 상황이 오면 인색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 만난 회사는 내게 도움이 되는 제안을 먼저 해왔다. 우리 사회에 많은 영역에 있어서 당연하게 감사해야 할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마음들이 너무 당연하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가도 이런 파트너를 만나면 또 큰 위안을 받는다.


한때는 스타트업 벤처회사들을 열심히 쫓아다니며 재미있게 일한 적이 있다. 그런 회사 중 꾸준한 노력으로 유니콘 기업이 된 경우도 있고, 어떤 회사는 한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시장에서 사라진 기업도 있다. 일반화하기는 어려우나 내 나름의 기준으로는 이런 벤처회사들의 성공 이유의 절반은 젊은 CEO들의 경영 능력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관찰 결과 그들의 특성을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기과신형이다. 좋은 학벌과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실패 없이 살아온 유형의 사람들로, 스타트업이라는 태생적 미천한 업력에도 불구하고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 간혹 상대로 하여금 거만하게 비치기도 한다. 다만 비즈니스에서는 적당히 특화되어 있고, 대외적으로 시선을 끄는 능력이 탁월한데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를 대하는 온도차가 심해, 개인적으로 롱런하기 어려운 유형으로 본다.


두 번째로는 무관심형이다. 자기 전문 분야 외에는 신기할 정도로 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굉장히 수동적으로 비즈니스 파트너를 대한다. 따라서 사업 성장에 꼭 필요한 외부 지원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겉으로는 냉랭해 보여도 사실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낯선 분야에 대해 사교성이 낮은 것뿐이고 단기적으로 성장하지 않으나 초기 어려움만 극복한다면 자기 분야에 대한 몰입이라는 강점으로 롱런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로는 진심형들이다. 이런 유형의 특징은 고객 또는 잠재적 고객인 상대에게 한결같이 감사한 태도로 대한다. 갑과 을의 처지가 바뀌었을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고 비즈니스 본질 이해에 대한 지능이 높아 오랫동안 큰 성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소위 상대하기가 좋은 유형이다.


오늘 만난 이 젊은 회사의 공동대표가 바로 마지막 진심형의 CEO였다. 둘은 20년 지기 친구로 20년 전 고등학교 졸업 후 동대문 옷 도매를 시작해서 현재 2천억 매출의 회사로 키웠다.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둘에게는 어떤 권위 의식이나 가식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 둘에게 받은 기분 좋은 에너지를 나의 팀원들에게 이야기하니 팀원들은 그들이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 끝에 눈빛이 다르다고 답했다. 그들은 그들의 일 얘기를 할 때 행복해하는 눈빛을 가졌고, 나는 그것을 성공한 CEO들의 청년 같은 눈빛이라고 표현한다.


얘기가 나온 김에, 경영 능력이 탁월한 CEO들에 의해 성장하는 회사들의 큰 특징을 내 나름대로 몇 가지 정리해보면,


먼저 직원들이 대표 혹은 경영진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회사의 어떤 직원과 대화를 해도 회사와 사람들을 칭찬하는 데 아낌이 없다.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회사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회사에 손님이 오면 상대가 느낄 정도로 관심을 갖는다. 만나는 직원들이 인사를 하고 손님들이 서성이지 않게 안내를 한다. 그리고 작은 음료라도 내어와 관심을 표현한다. 손님을 환대하는 회사는 역시 성공할 수밖에 없다.


하나만 더 언급하면, 회사 직원들 모두 자신의 시간에는 엄격하고 타인의 시간에는 관대하다.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상대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간혹 상대가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는 관대하더라도 자신이 지키지 못한 것에는 과할 정도로 엄격하다. 시간이라는 자원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는 반드시 잘된다.


이 외에도 특징으로 꼽을 만한 항목에는 명함을 반드시 들고 다닌다든지, 손님이 오는 공간이 항상 쾌적한 점, 주차장에 대표이사 차라고 보일 만한 비싼 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대표가 직원들과 유머로 자연스럽게 소통한다는 점, 직원들이 자주 바뀌지 않는 것, 자료를 보낼 때 첨부 문서가 가지런한 점 및 회사 돈을 함부로 쓰지 않는 등 다양한 필터 요소가 있다.


대화 내내 공동대표는 어린애마냥 신난 표정으로 사업의 과거와 현재 및 미래, 그리고 제일 중요한 직원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와 업무를 담당했던 재무팀장은 자신들의 대표들은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대 청년처럼 안 입고 안쓰는 덕분에 직원들이 고생이라며 자부심 있는 얼굴로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나는 그들의 깊고 반짝이는 눈이 부럽고 존경스러워 연신 "이렇게 하는 일이 어떻게 재미없을 수 있겠어요"라고 감탄을 남발했다.


대표는 20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직원들을 두고는 절대로 도망치거나 숨지 않겠다고 결연히 얘기했다. 중요한 것은 패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더라도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그럼 반드시 기회가 다시 온다.


최근 아내가 아픈 것 때문에 동시에 일에 있어 마음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에 자꾸 마음이 깊은 곳으로 숨어 버리려고 시도했는데, 열정적이고 좋은 에너지 사람들을 만나 덩달아 좋은 기운을 받고 위로가 되었다.


문득 한 방송 인터뷰에서 본인을 생계형 연예인이라고 표현한 안선영 씨가 한 말이 인상 깊다. 세상 사람 10명 중 3명은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고, 3명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며, 나머지 4명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 나머지 4명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아끼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 노력한다면 그 의미가 크다고 했다. 오늘 만날 이들은 지금껏 나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이었으나 왠지 그들과 좀 더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 그들처럼 진짜 재밌는 일을 해보는 순간을 한 번 마음속에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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