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만나진다
기다리던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내가 회사 생활에 있어 전성기라고 생각되던 시절, 같이 근무했던 총각 팀원이 내가 한국을 잠깐 떠나 있던 때 결혼한 아내와 함께 찾아온 것이다. 더욱 반가운 사실은 이제 15주가 된 뱃속 아기와 셋이 찾아온 것이다. 이 부부는 나와 조금 특별한 인연이 있는데, 지금 그의 아내와의 첫 만남을 내가 주선했다는 점이다.
그는 나와 일할 당시 오랜 기간 교제한 연상의 여자 친구가 있었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그가 말하는 여자 친구와 둘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건대 좋지 않은 연인 관계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어 동생같이 생각하는 팀원이라 여러 조언을 했었다. 결혼 적령기를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그가 중요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아 다소 쓴 직언들을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중요한 업무가 있어 본점과 협업으로 자산가 손님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지금 그의 아내를 업무 협업 파트너로 만난 것이다. 사실 그녀도 그날 본인의 업무가 아닌, 평소 나와 협업하던 다른 직원을 대신해 온 것이었다.
상당히 까다로웠던 손님을 차분히 응대하며 조곤조곤 상대를 리드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던 중, 업무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같은 차를 타게 되었다. 평소 그런 성격도 아닌데 나는 꼬치꼬치 그녀에 대해 물었고, 아직 미혼이라는 얘기에 다짜고짜 나의 팀원을 어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째서 그런 익숙하지 않은 오지랖을 부렸는지 모르겠다. 팀원의 의사도 묻지 않고 나는 그녀가 만남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팀원의 얘기에 따르면, 나는 그날 미팅에서 복귀하자마자 가방도 자리에 내려놓지 않은 채, 그녀와의 만남 약속을 당장 잡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날 이후 둘은 좋은 만남을 갖게 되었고, 나를 포함한 직원들이 아침마다 모여 그의 연애사를 완성하기 위해 전략 회의를 할 정도로 그 둘의 연애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돌아보면 그 시절 우리는 따뜻하고 정이 있던 동료들이었고 형과 누나가 되어 그가 좋은 짝을 만나기를 바라고 도왔다. 그 시절 거기 있던 우리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동의하는 것처럼 다시 오지 않을 보석 같은 시간을 우리는 함께 누렸다.
사실 아무리 멀리 미얀마에 있다고는 하지만 나의 공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내심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 인사가 너무 늦었다며 큰 선물을 들고 찾아와 준 부부에게 조급함으로 마음을 오해했던 내가 많이 부끄러웠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큰 마음을 가진 예쁜 사람들이었고, 나는 남은 평생 동안 이들 가족이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기를 전심으로 기도할 것이다. 삶의 중간중간 고되고 어려울 때 나를 찾아오면 최소한 공감은 해주는 선배가 되겠다는 약속으로 오해했던 미안한 마음을 조금 만회했다.
과거 잠깐 인연이 있던 무속인 선생님이 나에 대해 다섯 가지의 신비로운 말을 했던 적이 있다. 하나는 나의 최근 전생이 십자군 전쟁을 나가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던 신부였고, 둘은 평화주의자고, 셋은 사내 새끼가 욕심이 너무 없고, 넷은 천직이 선생이고, 마지막은 사람을 연결해 주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맹신하는 편도 아니다. 그때는 그 무속인 선생님의 말을 크게 담지는 않았는데, 살아보니 왠지 결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나의 연결로 행복한 한 쌍의 모습을 보는 게 웅장하고 벅찬 것을 보니, 또 새삼 그 선생님이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정말 넓고 만나서 배워야 할 이들도 그만큼 많다는 생각이 들어 겸손해진다.
나를 찾아와 준 고마운 부부와 짧은 만남을 하고 돌아오면서,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만나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만나진다는 것을 지금은 믿는다. 이 순간에도 나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신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