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GO: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한국의 직장 문화에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말은 일종의 신화이자, 동시에 리더들의 거대한 직무유기를 상징하는 비극적인 문장이다. 이 문장은 리더가 자신의 뇌 속에서 정제되지 않은 쓰레기(개떡)를 던져놓고는, 부하 직원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 우아한 예술품(찰떡)을 연금술 해내라는 오만한 협박에 가깝다.
럭셔리 세일즈 현장에서는 이 오해의 비용이 그 어떤 샴페인 한 병 값보다 비싸게 책정된다.
컴퓨터 공학에는 GIGO(Garbage In Garbage Out)라는 법칙이 있다. 쓰레기를 집어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뜻이다. 시스템이 아무리 천재적이어도 입력값이 오염되어 있다면 제대로 된 결과물을 기대하면 안 된다.
지난번 에피소드에서 케빈이 저지른 만 원짜리 쿠폰 대참사를 복기해 보자. 그때 나는 그에게 "고객님 생일 잘 챙겨드려요"라고 말했을 뿐이다. 내 머릿속의 ‘잘’은 샴페인과 줄리엣 로즈, 그리고 우아한 만년필 글씨의 조합이었지만, 케빈의 뇌 속에서 ‘잘’은 그저 ‘내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공정함’이었다. 결과물이 개떡 같았다고 케빈의 멱살을 잡기 전에,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야 했다.
"내가 준 프롬프트는 과연 찰떡이었는가?"
럭셔리 매니징에서 "적당히", "알아서", "품격 있게" 같은 형용사들은 리더의 게으름을 포장하는 안개일 뿐이다.
이제 우리 매장에는 케빈의 잔상을 지워낸 4명의 어벤저스가 서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4명의 하드웨어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동일한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윈도우 PC에 맥 OS용 소프트웨어를 강제로 설치하려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믿는 A에게는 숫자로 증명된 정교한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B에게는 고객의 서사와 연결된 감성적 언어로
속도가 생명인 C에게는 군더더기 없는 짧고 강렬한 명령어로
절차를 중시하는 D에게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원칙의 언어로
매니징은 결국 리더의 머릿속에 든 추상적인 전략을 4명의 서로 다른 언어로 정교하게 치환하여 입력해 주는 작업이다. 내가 던지는 언어가 정제되지 않은 쓰레기라면, 그들이 아무리 뛰어난 어벤저스라 해도 결국 현장에는 쓰레기 같은 결과물만 쌓일 뿐이다.
직원의 센스에 기대어 ‘찰떡’이 나오길 기도하는 리더는, 카지노에서 잭팟을 기다리는 도박사와 다를 바 없다. 오늘도 나는 직원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하기 전 한번 더 스스로 점검한다. 그리고 올바른 결괏값이 나올 때까지 수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