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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Oct 21. 2016

TheCross 김혁건의 '넌 할 수 있어'

Intro

에세이 넌 할 수 있어 Intro

‘살아 있지만 죽음보다 못한 삶,

죽고 싶지만 혼자서는 죽지도 못하는 상태’

그렇게 수년의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지마비 장애에 맞닥뜨려 부정, 분노, 우울의 시간을 거쳐 이대로의 삶을 인정하게 되기까지 숱하게 죽음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울었으며, 스스로를 단련해 왔다.


곁에서 지켜주던 가족들은 희생하며 함께 혹독한 시간을 거쳤다.

몇 번의 계절이 흘렀다.

열심히 노력했으나 여전히 걷지 못하는 나의 상태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살아 있음의 고마움에 조금씩 눈을 떴고, 삶의 가능성을 하나씩 발견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처절하게 싸워내고 극복해 온 나의 기록이다.


나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 같은 절망의 늪에 빠진 사람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함께 공감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가 되는 데에,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Intro

눈부신 조명 아래 세상의 자유를 노래하던 남자

잔인한 어느 봄날, 그는 차가운 도로 위에 쓰러져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세상은 그에게 더는 두발로 서지도, 노래를 부르지도 못할 거라고 했다.

많은 이가 눈물을 흘렸고 많은 이가 그를 잊었다.

…누군가에게는 짧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긴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 노래하지 못할 거라던 그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의 다리가 되어주는 아버지와 눈물을 닦아주는 어머니, 넘어지지 않게 등을 받쳐주는 형과 나아 갈 수 있게 끌어주는 누나 …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모든 이와 함께

뜨거운 조명 아래 두발로 굳게 서서 세상을 외치던 남자는 이제

따스한 햇살 아래 세상을 품에 안고 노래로 희망을 전한다.


#part-1

“어… 어… ”

“엄마 나 있잖아…”

“사… 사…”

“사람을 친 것 같아.”

“사… 살려…”

“난 괜찮은데 저 사람이 다친 것 같아.”


…차에 부딪혔다.

심술궂은 아이가 홱 내던진 장난감마냥 내 몸 전체가 잠시 공중에 떠올랐다가 단번에 아스팔트 위로 떨어졌다.

숨이 안 쉬어졌다.


“사… 살려…”

“엄마. 나 어떡해?”


목이 부러진 나를 뒤로 한 채 전화기만 붙들고 있는 그를 아무리 불러보아도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느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참혹한 현장에 놀라 물러서는 사람들.

나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검은 그림자.

저승사자일까? …통화 중이던 그는 대체 어디로 간 거지.


“119죠? 여기 홍릉사거리인데요. 사고가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날의 한 장면이다.

기억은 잔인하게도 이 장면을 지나치게 선명한 사진으로 만들어 머릿속에 남겼다.

어느 택시 기사님의 연락으로 119가 도착하고 병원 수술실에 들어갈 때까지 내 의식은 또렷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육신을 빠져나가려는 영혼을 붙잡았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죽기 전에 엄마 아버지 얼굴이라도 봐야지. 안 돼. 안 돼…’

김 혁 건.

‘더 크로스’의 리드보컬이자 김광운, 윤재례의 2남 1녀 중 막내.

그날 이후 나는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삶은 처참히 무너졌고 살아가는 이유였던 음악을 잃었다.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나는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었다. 끝.

아름답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일생 동안 지켜 온 꿈도, 33살 청년의 더 큰 세상도, 모든 게 끝이었다. 더는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다시 일어섰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믿음과 그들의 진실 된 사랑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망의 벼랑 끝에서 나는 그들의 외침을 들었다.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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