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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Nov 15. 2016

제1장 가수가 되다

응답하라 1998

1998년, 음악과 친구만으로 모든 걸 가진 듯 행복했던 나는 출석체크가 끝나면 친구들과 담을 넘어 학교를 땡땡이치고,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 우르르 몰려가 엄청난 양의 라면을 끓여먹고, 다 같이 만화책을 돌려보다 잠이 들어 집에 못 들어가기도 하고, 술이라는 걸 먹어보고 싶어 가발을 쓰고 대학교 축제에 가서 떡볶이에 소주를 마시던 귀여운? 학생이었다. 

당시 대학로에는 외국 록 뮤직비디오를 종일 틀어주는 뮤직비디오 상영관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뮤직비디오 전문 채널이었던 MTV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보다 밤늦게 집에 달려가곤 했었다. 

주말이면 잔뜩 들떠서 청계천으로 ‘해적판 록뮤직 비디오테이프’를 사러 갔다. 

그 때 본 록 밴드 퀸, 스키드 로우의 공연 영상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시절 록 밴드의 인기는 굉장했었는데, 신해철형님과 블랙홀은 모두의 우상이었고, 반 전체가 록 밴드에 심취해 교실에서 머리를 흔들어 대며 록 밴드 흉내를 내곤 했었다. 

물론 S.E.S나 H.O.T와 같은 여러 아이돌들도 엄청난 인기였지만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아이돌을 좋아하면 부끄럽다는 인식이 있던 때라 다들 록 음악을 고집했던 것 같다.      


그렇게 록에 심취해 있던 1998년의 어느 늦은 밤, 

나는 홍대의 어느 어두운 록 밴드 클럽에서 탈색한 긴 머리에 가죽바지, 홀로 외로이 앉아 담배를 피우는 로커를 만났다. 

담담하게 성인인 척 맥주 한잔을 시켰다. 

잠시 후 로커는 담배를 끄고 무대 위에 올랐다. 


차가우면서도 우울했던 공간이 공연과 함께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땅을 울리는 음악소리에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온 몸의 피가 마구 솟구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까 시킨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어느새 고요해진 공연장엔 내 심장 소리만 가득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로커는 그렇게 깨어났다. 

1998년 어느 늦은 밤, 뜨거운 어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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