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로스의 해체
심각한 사무실 분위기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이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3인조 R&B그룹으로 앨범을 내기 위해 새로운 멤버 한 명을 뽑아놓은 상황이었다.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던 나는 점점 회사와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회사와의 마지막은 합의해제로 잘 마무리되었지만, 시하와는 아무 말 없던 그 때 그대로 헤어지게 되었다. 록 음악을 하려고 더 크로스를 결성했는데, 아무런 상의 없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배신감에 분이 풀리지 않아 그의 집을 찾은 적도 있었지만 서울을 떠나 새로운 멤버와 작업을 시작한 그를 만나는 건 이미 어려운 일이 되어 있었다.
이후 나는 한동안 음악을 하는 후배들을 모아 ‘더’를 뺀 ‘크로스’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었다.
홍대 건물 지하에 합주실을 얻고 락밴드를 상징하는 불꽃무늬를 그려놓은 차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공연을 했다.
어두운 클럽에서 가죽점퍼에 가죽 바지를 입고 땀 흘리며 노래를 불렀다.
절정을 향해 폭발적으로 내지르는 비명 같은 노랫소리.
심장을 울리는 음악에 열광하는 사람들.
그것이 진짜 로커다운 모습이라고 여기며 밤새 곡을 만들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며 열정에 취했었다.
돌이켜보면 록 음악만을 최고라 여기며 타협도, 현실감도 없던 이 고집불통이 회사나 다른 멤버들의 상황을 듣지도, 보지도 않은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친구의 사무실 이전을 축하하러 온 자리에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신인 가수들을 만났다.
반짝거리는 그들의 눈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인사 하나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걸 왜 그 때는 몰랐을까.
되돌릴 수 없는 과거 속의 내가 부끄러웠지만 용기를 내어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친구들이 다시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나의 과거를 안아주듯 활짝 웃어 보인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더 고마워요.
어제는 되돌릴 수 없지만 오늘은 만들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럼 분명 내일도 달라지겠지. 이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에 한 번 더 인사를 해야겠다.
우리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