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혁건 Dec 23. 2016

제1장 가수가 되다

더 크로스의 해체

얼마 전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로 있는 친구가 사무실 이전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 

축하를 위해 사무실에 들렀는데 신인 가수들이 큰소리로 입을 맞추며 “안녕하십니까!” 인사하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절로 웃음이 났다. 

반짝거리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더 크로스로 활동할 당시 나는 회사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로 찍혀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고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인사를 안 하는 게 왜 자존심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연예인의 등급을 가르거나 소위 '뜨지 못한 연예인들'을 하대하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욱하는 마음에 화를 참아내지 못했었다. 

반항적이고 거친, 인생에 타협이라는 단어는 없던 20대 초반의 철없던 나는 스스로를 더 외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더 크로스의 <Don' t Cry>는 남자들 사이에서, 특히 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었다.      

음반 또한 반응이 좋았지만 기대만큼 판매 수익이 나지 않았었다. 


당시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인터넷상에 음악파일을 올리고, 공유하고, 무료로 다운받는 게 불법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전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음반을 사지 않고 무료로 음원을 다운 받곤 했었다. 

무료 P2P 사이트인 <소리바다>의 등장으로 톱 가수들도 음반 판매에 쓴 잔을 마셔야 했었던 시절이니 우리 앨범은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나는 노래만 부를 수 있으면 행복했지만 회사의 사정은 달랐다. 

회사는 새로운 앨범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제 R&B 3인조로 가자.”     


사장님의 호출로 모인 자리에서,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앉아계시던 사장님의 첫마디였다. 

불시에 무언가로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R&B라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물론 당시에 R&B음악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사장님의 제안은 돈 때문에 록을 버리라는 말처럼 들렸다.     


“싫습니다.”

“혁건아 …”

“저는 록 음악만 합니다.”


To Be Continue..

매거진의 이전글 제1장 가수가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