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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Dec 28. 2016

제1장 가수가 되다

단결! 특전사! 이지 말입니다.

처음 입영통지서를 받았을 때 가수 활동 때문에 군입대가 늦어졌는데, 

이후 학업문제로 더 늦어졌고 결국 2009년 8월, 나는 서른 즈음의 나이로 군대에 가게 되었다. 

신체검사를 받을 때 갑자기 가기 싫다는 생각이 떠올라 화가 났다. 

록 음악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행동을 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나는 특전사에 지원했고 제 13공수 특전여단에서 현역으로 군복무를 시작했다.      

공수 부대라고 하면 흔히들 힘든 훈련을 떠올리는데 그렇지 않은 군대가 어디 있겠는가. 

군대는 어디든 위험하고 무지하게 힘들고 무지막지하게 힘든 곳이다. 

사실, 고된 훈련은 견딜 만 했다. 


대변을 보면 대변이 바로 얼어 버리는 영하 28도의 산 속에서 텐트 치고 자다 발가락이 얼었던 일이나, 

무박 3일 동안 진행된 100km 행군,

한겨울에 차가운 계곡물 속으로 뛰어들어 환호성을 지르던 일은 이제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훈련보다 날 더 힘들게 했던 건, 나보다 8살이나 어린 선임들의 괴롭힘이었다.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욕을 하고 짓궂은 장난질을 하는 그들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사랑의 소리함>에 불만사항을 적은 적이 있었는데, 바로 다음날 행정보급관님이 “김혁건이 너희들 때문에 힘들단다.”며 선임들 앞에서 쪽지를 읽었고, 군 생활은 더 꼬여만 갔다. 

결국 불같은 내 성격은 날 배신하지 않고 사고를 쳤다. 


고민 상담을 핑계로 나를 괴롭히던 선임을 쓰레기장으로 불러냈다.      

“너 자꾸 그럴래?”     

겁을 주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큰 몸집에 사나운 눈빛으로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에 그는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미안해요. 형…”       

그 날 이후 그 선임의 괴롭힘은 없어졌지만, 잘못된 행동 덕분에 나는 100일 휴가를 반납해야 했다.

그리고 상병을 달기 전까지는 매일이 고난의 행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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