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다
2007년 여름이었다.
당시 아는 매니저 형이 녹음실에 초대해서 간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단아한 모습의 그녀를 만났다.
나 보다 네 살이 어린, 같은 대학교 후배였던 그녀는 눈부시게 맑고 투명한 유리 같았다.
순수하고 새하얀 그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검붉은 나의 색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가끔 안부만 묻는 정도의 용기밖에 내지 못했다.
“그 사람이 계속 연락이 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녀가 고민이 있다며 내게 연락이 왔다.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나는 그동안 간직했던 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고 그녀의 맑은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장난기 많던 그녀는 늘 나를 놀리곤 했는데,
혀가 짧은 편인 내가 ‘ㅅ’발음을 ‘th’ 발음으로 노래 할 때면 놓치지 않고 따라 부르곤 했다.
‘쎄쌍이 주는 고통을~’ ‘감당할 쑤 없는~’
노래를 부르며 그녀가 아이처럼 까르르 웃을 때면 나도 까르르 웃음이 났다.
평소엔 맛없던 음식들도 그녀와 먹으면 꿀보다 달콤했고,
어두운 겨울밤 같던 나의 일상은 꽃내음 가득한 봄처럼 따뜻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