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담긴 편지
뙤약볕이 내리쬐는 어느 뜨거운 여름, 막내를 배웅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논산 훈련소로 향했다.
아들은 위험하다고 반대하는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특전사 공수부대에 자원입대했다.
“당당하게 다녀와. 별 거 아니야”
라며 멋들어지게 말하긴 했지만, 막상 아들을 보내려고 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걱정 마세요. 잘 다녀올게요.”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엄마를 안아주며 미소 짓는 아들이 갑자기 어른처럼 느껴졌다.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제 부모 눈에는 아기 라더니, 다 큰 아들을 아직까지 철없는 아이처럼 생각했었나보다.
아들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늠름하게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짧은 머리의 다른 아들들과 함께 신병 구호를 외치며 훈련소로 들어갔다.
‘역시 날 닮아서 듬직하구나.’ 하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원래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거야”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날 보며 아내가 웃음이 터졌다.
첫째도 둘째도 처음 본 아버지의 모습에 한참을 웃더니 다시 코를 훌쩍 거렸다.
한 번 터진 눈물샘은 도통 멈출 줄을 몰랐다.
TV에서 훈련하는 군인들만 봐도 괜히 울컥하고 눈물이 났고,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뉴스를 접하기라도 한 날이면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공수부대에서 낙하 훈련 도중 낙하산이 안 펴져서 죽은 군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며칠 동안 가슴이 떨려서 잠도 못 자고 전화만 기다렸다.
이렇게 아들을 밤낮으로 걱정할 거면서 왜 아들이 곁에 있을 때는 무뚝뚝하게만 행동했을까.
나이가 들어 눈물이 많아지는 것은 괜찮았지만, 후회를 쌓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