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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24. 2017

제3장 아버지가 전하는 아들이야기

진심이 담긴 편지

뙤약볕이 내리쬐는 어느 뜨거운 여름, 막내를 배웅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논산 훈련소로 향했다. 

아들은 위험하다고 반대하는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특전사 공수부대에 자원입대했다. 

“당당하게 다녀와. 별 거 아니야”

라며 멋들어지게 말하긴 했지만, 막상 아들을 보내려고 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걱정 마세요. 잘 다녀올게요.”



연신 눈물을 닦아내는 엄마를 안아주며 미소 짓는 아들이 갑자기 어른처럼 느껴졌다. 

자식은 나이가 들어도 제 부모 눈에는 아기 라더니, 다 큰 아들을 아직까지 철없는 아이처럼 생각했었나보다. 

아들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늠름하게 연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짧은 머리의 다른 아들들과 함께 신병 구호를 외치며 훈련소로 들어갔다. 


‘역시 날 닮아서 듬직하구나.’ 하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원래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거야”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날 보며 아내가 웃음이 터졌다. 

첫째도 둘째도 처음 본 아버지의 모습에 한참을 웃더니 다시 코를 훌쩍 거렸다. 

한 번 터진 눈물샘은 도통 멈출 줄을 몰랐다. 


TV에서 훈련하는 군인들만 봐도 괜히 울컥하고 눈물이 났고,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뉴스를 접하기라도 한 날이면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공수부대에서 낙하 훈련 도중 낙하산이 안 펴져서 죽은 군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며칠 동안 가슴이 떨려서 잠도 못 자고 전화만 기다렸다. 

이렇게 아들을 밤낮으로 걱정할 거면서 왜 아들이 곁에 있을 때는 무뚝뚝하게만 행동했을까. 

나이가 들어 눈물이 많아지는 것은 괜찮았지만, 후회를 쌓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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