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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28. 2017

제3장 아버지가 전하는 아들이야기

아버지가 해 줄 수 있는 일

중환자실에 있던 아들을 면회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2번밖에 없었다. 

우리가 면회시간에 맞춰 아들의 얼굴을 보며 슬퍼하는 동안 아들의 뒤통수, 등과 엉덩이, 허벅지, 발뒤꿈치는 썩어가고 있었다. 

아들 몸에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도 나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처음에는 동전만 하던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어째서 초기에 아무런 관리도 해주지 않았을까.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가 원망스러웠고,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에게도 분통이 터졌다. 

병원을 옮겼다. 

아들은 매일 수술실에 들어가 썩은 살을 도려내야 했다. 


어찌나 긁어냈는지 꼬리뼈가 훤히 다 보일 정도였다. 

욕창 치료 때문에 24시간을 엎드려 지내야 했는데, 엎어져서 겨우 숨만 쉬는 모습이 너무 처참하고 불쌍해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목 수술은 1~2달 만에 끝났는데 욕창치료가 1년이나 걸렸다.      


여름이 되니 날씨 때문에 피고름이 많이 생겼다. 

고름체크를 위해 의사들이 큰 바늘로 피부를 찔러대도 신경이 마비된 아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고름을 기계로 뽑아내고 나면 몸에 열이 올라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아파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내 몸도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날은 잠시라도 앉아보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침대를 올려 주었는데 그 짧은 몇 초 만에 기립성저혈압으로 혼절을 했다.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혈액순환이 안 되어 피가 아래로 쏠려 실신한 것이다. 

간호사의 도움으로 금방 다시 눈을 뜨긴 했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찔해진다. 

보호자이면서 아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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