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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29. 2017

제3장 아버지가 전하는 아들이야기

아버지가 해 줄 수 있는 일

아들은 자신의 눈물에 혹시나 가족들이 더 아파할까 눈물도 잘 보이지 않고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런 아들 앞에서 내가 먼저 무너질 수는 없었다. 

유명하다는 한방병원 원장님이며 침술사를 모셔와 침도 맞아보고 몸에 좋다는 건 다 구해서 먹여보았지만, 결과는 늘 침통했다. 


좋아질 거라는 기대로 시작한 재활치료도 마찬가지였다. 

세상 그 어디에도 아들을 다시 걷게 할 방법은 없었다. 

누구보다 건장하던 아들은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몸이 된 것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재활병원에서 퇴원해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을 눕히고 짐을 푸는데 재활원에 있을 때 아들이 준 편지가 보였다. 

재활치료 중 하나였던 글씨쓰기훈련 때 받은 선물이었다.           

삐뚤빼뚤 아이가 쓴 것 같지만 온 힘을 다해 써내려 간 글을 보고는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들은 꼭 좋아져 내게 효도한다고 적었는데, 나는 왜 다 포기한 사람처럼 굴었던 걸까. 

나는 아버지니깐 아들을 보고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 해해야 했는데. 

아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극적으로 나아서 꼭 걷게 만들어야 한다는 엄청난 변화를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 아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고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하는 방법이 무얼까?


차분히 생각하니 내가 곁에서 해줄 수 있는 목록이 많이 떠올랐다. 

다시는 아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아들이 즐거워하고 행복질 수 있는 일들만 떠올리자. 

나는 쌓인 눈물을 천천히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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