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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30. 2017

제3장 아버지가 전하는 아들이야기

기적의 노래

사고 후 아들의 목소리가 모기소리 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틈틈이 소리 내는 연습을 하곤 했었다. 

그날도 요양병원 주차장에 나와 다른 환자들과 함께 소리 내는 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배에 힘을 주지 못해 혼자서는 기침을 잘 못하니, 기침을 해서 가래를 뱉어 내라고 아들의 배를 눌러 주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평소에 답답해하거나 혈압이 떨어질 때 배를 눌러주면 좋아지곤 했는데, 배를 눌렀을 때 소리가 크게 나온다는 건 처음 알게 되었다. 

신기한 마음에 계속 배를 눌러보니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났다.      

사고 후 의사선생님은 아들이 더는 노래를 할 수 없을 거라고 했었다. 


심호흡도 크게 못하고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으니, 노래를 하는 건 당연히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의 배를 누르는 순간 들었던 소리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어쩌면 아들이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 가닥의 가능성을 발견한 아들과 나는 한 팀이 되어 노래연습을 시작했다. 


내가 배를 누르고 아들은 노래를 불렀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정했지만 연습을 하면 할수록 소리가 다듬어지면서 매끄러워졌다. 

사고 후에 아들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뭔가에 매달리는 것을 처음 본 터라 덩달아 나도 신이 났다. 

하지만 나이 탓인지 힘을 실어 배를 누르는 건 금방 힘에 부쳤고, 노래를 하는 아들의 호흡에 맞춰 배를 누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바로 배를 눌러주는 기계였다. 

기계라면 지치지 않을 것이고, 아들이 원하는 타이밍에 배를 누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들과 나는 작업을 시작했다. 

“노를 젓는 방식으로 눌러주면 어떨까요?” 


아들이 디자인이나 작동방법을 구상하면 내가 그림을 그리고 어설프게나마 모형도 만들어 보며 설계도를 제작해 나갔다. 

그렇게 완성된 설계도를 품에 안고 철공소를 찾았지만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았다. 

배를 눌러주는 기계라고 했더니 

“세상에 그런 기계가 어디 있습니까. 단가가 맞지 않아 하나만 제작하는 건 힘듭니다.” …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각지의 철공소란 철공소의 문은 다 두드렸던 것 같다. 

문전박대를 당해도 다시 문을 두드렸고, 충청도 사람을 만나면 충청도가 고향인 척도 해보고, 음료수를 사들고 가서 사정해보기도 했다. 


마침내 내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인 어느 철공소 사장님께서 복부기계를 제작해 주기로 했다. 

아들에게 달려갔다. 

우리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웃고, 또 웃었다. 

그날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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