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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31. 2017

제3장 아버지가 전하는 아들이야기

기적의 노래

우여곡절 끝에 ‘복부 압력기’ 1호가 탄생했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부족한 점이 많았었다. 

무게도 너무 무거웠고 배를 누를 때마다 기계에 소리가 나서 노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더 가볍고 소리도 별로 나지 않는 복부 압력기 2호를 만들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 마다 누군가 옆에서 조정해 주지 않으면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고, 때문에 노래할 때 호흡도 잘 맞지 않았다.     

혼자서도 노래를 할 수 있는 로봇 장치를 만들기 위해 서울대학교 로봇융합연구센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해보았다. 

그런데 선뜻 연구팀은 아들을 위해 자동시스템으로 된 복부 압력기를 제작해 주겠다고 했다. 

심지어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로봇융합연구센터장 방영봉 교수님이 먼저 직접 집으로 찾아와 와주셨다.   


아들에게는 세 분의 은인이 있다. 

아들의 목을 수술 해 준 의사선생님과 복부 압력기를 만들어준 방영봉 교수님, 그리고 TV프로그램 <스타킹> 작가님. 

이 세 분이 아니었다면 아마 아들의 새로운 삶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자동복부압력기가 완성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테스트를 위해 연구실로 향하는 아들의 들뜬 모습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 

새로 나온 기계를 장착해보고 성능을 테스트하고 아들의 몸에 맞춰보았다. 

“새로운 악기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복부 압력기는 아들의 또 다른 목소리였다. 

남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기계이거나  보조도구이지만, 아들에게는 가수라는 직업을 되찾아올 수 있게 하는 엄청난 선물이었다. 


아들은 복부압력기와 함께 노래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리도 많이 작고, 한 곡을 다 소화하기 힘들어했지만 지치지 않고 연습 또 연습을 했다. 

어느덧 아들의 소리는 나아지는 것을 넘어, 깊은 울림과 감동이 있는 노래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스타킹> 작가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들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방송에 담고 싶다고 하셨다. 

아들의 노래를 다시 대중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니!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날을 향한 혹독한 노래 연습이 다시 이어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녹화 당일이 되었다. 

사회자의 소개로 아들이 무대에 올랐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들은 차분하게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와 함께, 숨도 못 쉬고 엎드려있던 아들의 모습과 고통으로 울부짖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눈물이 흘렀다. 


나는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을 칭찬했다. 

그 희망이 현실이 되어 지금의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날 흘린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아들은 무사히 노래의 끝을 맺었다. 


그리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자랑스러운 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아주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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