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장례 준비를 하라는 의료진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들이 아내와 날 보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아들을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게 원통하고 또 원통해서 가슴을 마구 쳐댔다.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내 새끼 대신 내가 아플 수만 있다면, 자식을 살릴 수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아버지! 당신 손자 좀 살려주세요.
할아버지! 혁건이…우리 혁건이 제발 살려줘요.”
아들이 잘못되면 나도 죽겠노라고 다짐했다.
11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선생님이 걸어 나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들이 수술을 잘 견뎌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긴 수술을 이겨낸 아들과 아들을 지켜준 모두에게 감사하고 감사했다.
아내와 나는 ‘감사합니다.’를 연신 되풀이하며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그 때의 나는 경추 손상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이제 아들이 나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치료를 하면 아들의 감각이 돌아오고 재활 훈련을 받으면 예전처럼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지만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분명 나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아들이 앞으로 평생 누워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