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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mwonkang Jul 27. 2024

비가 온다

비는 내리는 것인지 오는 것인지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어제 무리한 까닭인지 일찍 잠이 들었다.

중간에 잠이 깨어 시간을 보니 새벽 1시 15분 정도, 거실에 아직도 불이 걸 보니 아내가 잠을 자지 않고 뭔가 일을 하는가 보다. 


  나는 일찍 잠을 자는 편이다.

  학창 시절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공부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런데 고3 시절에 남의 집에서 숙식하면서부터 나의 공부방법은 틀어졌다.

부잣집에 들어가서 같은 또래의 주인집 학생과 함께 살며 공부를 했다.


"우리 애가 공부 안 하고 일찍 잠을 자서 걱정이에요."

"네에~"


친구 어머니께선 무척 걱정이셨다. 외동아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데 부모님들이 보시기엔 공부하지 않는 것만 보이는가 보다.


그런데, 그 친구가 밤늦게까지 공부하지 않고 일찍 잔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그 친구를 늦게까지 공부하도록 권했다.

그러나 내 이야기를 들을 친구는 아니다. 각자가 아침형이거나 저녁형 인간일 수 있기에...

내가 잠을 잔다고 깨우니 그 친구는 화를 냈다.

"잠이 안 와서 모처럼 수면제 먹고 간신히 잠이 들었는 데~"

그 친구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왜 깨우냐는 것인데, 내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나의 선택이었다.


  그때부터 아침형 공부가 아닌 저녁형 공부로 시간을 바꾸었는 데, 내게 맞지 않아 대학입학성적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교대에 들어가 초등교사가 되었다.

다행이었다고 해야 하나?


 물론 지금은 아침형 공부로 바꾸었다. 저녁엔 일찍 잠이 와서 늦게까지 버티기란

참 힘든 일이다.


   나는 비 내리는 것을 좋아다. 학창 시절부터 비가 내리면

뭔가 세상이 변할 것만 같고, 물이 흘러가는 모습이 무척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다고 생각했다.

1972년에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단양에 큰 물난리가  났을 때, 동네 어른들과 친구들이 함께 하진 강물 구경을 갔다.


강물을 쳐다보니 붉은 황토물이 남한강에 흘러가는 데, 무섭기도 하고 지옥에 온 것 같기도 하고,  또 신난다는 생각이 들고 경외감까지 들었다.


'용이 용솟음치며 강물을 뒤흔들어 놓는 것 같다.'

'지옥의 문이 열린 것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초기집이 둥둥 떠가고, 지붕 위에 돼지가 꿀꿀거리는 모습, 온갖 잡쓰레기도 물과 함께 흘러갔다.

"뱀도, 돼지도 지붕 위에 뒤범벅이 되어 떠내려가네"

어른들이 본 것처럼 말했다. 누군가는 돼지를  물에서 건져 올렸다고 했다.


"그럼 임자를 어떻게 찾아주지?"

"건진 사람이 임자지."



비가 많이 와 장마철이 되면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었다.

강물이 너무 많이 흘러내리니 나룻배를 건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 내리면 학교가지 않고 선생님들이 내 준 숙데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학교도 못 가니 검사받지 않아도 되고

물이 줄어 학교 가면 상황도 끝난다.


지루한 장마에도 강에 물이 불어나면 나룻배를 모는 뱃사공의 노 젓는 모습도

생동감 있고, 활력이 느껴진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존재에 대한 감사와 함께 생생한 감동과  전율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이럴 경우 뱃사공 두 명이 사활을 걸고 노를 져야 겨우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오늘도 비가 온다.

비로 인해 수해가 나고  인명피해까지 입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 또한 삶의 일부이다.


   새벽에 다시 일어나니 5시 10분 정도가 되었다.

빗소리가 세차게 고,  유리창에 빗방울이 잔뜩 맺혀있는 걸 보니 많은 비가 올 듯싶다.

하수통을 통해 내려가는 빗소리도 제법 요란하다.


 비는 내리는 게 아니라 오는 것이다.

왠지 기분이 좋다.

6시가 넘어 아내도 잠이 깨어 어제 왜 늦게까지 있었나고 물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뭐 때문에 잠이 안 오는데?"

"그냥~"

"그래서 뭐 했는데?"

"유튜브 동영상 두어 개 올렸어."


잠 못 이루는 아내가 안쓰럽다. 부럽다고 해야 하나?

난 머리만 바닥에 닿으면 잠이 든다.

코 고는 소리에 기겁을 할지언정 잠은  참 잘잔다.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올 듯싶다.

    사람들은 비가 내린다고도 하고, 비가 온다고도 표현한다. 비가 내린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실적인 표현이고, 비가 온다는 것은 꼭 비를 의인화한 것처럼 주관이 많이 들어간 표현일 듯싶다.

나는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비가 내린다고 표현하지 않고 비가 온다라고 한다. 사실이 어쨌든 비가 온다란 표현이 나는 좋다.

오늘 새벽부터 비가 내리니 왠지 기분이 좋다. 나를 한번 살펴보고 삶을 한번 성찰해 보면서 하루 차분하게 보내려고 한다.

그리움에 흠뻑  빠져 비 오는 날의 운치와 옛 그리운 추억을 만끽하고 싶다.


2024.7.18. 비 오는 날 새벽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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