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imwonkang Jul 27. 2024

동그라미

엄마가 그려준 동그라미 안에만 머무르던 아이, 이젠 벗어나고 싶다.

  어린 시절  생각해 보면 기억에 남는 건 모든 힘들었거나 억울하다거나 잘못했던 기억이 전부다.

 어쩌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행복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교과서 책값을 내지 않았다며 선생님께서 교과서를 나누어 주시지 않으셨다. 어린 마음에 울며 집에 가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 해결해 주셨다.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모르지만, 선생님께서 우는 나를 달래며 도시락만 한 빵을 한 개 주신 기억이 난다.

맛은 모르겠다.


2학년때는 퀴즈를 잘 맞춰서 '철방구리'란 만화책을 선물로 받은 기억이 난다.

3학년때는 여자선생님이 담임이셨다. 교실바닥 청소를 하기 위해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걸레질을 했다. 그런데 청소를 잘 못한다고 양동이를 발로 차서 바닥을 물바다로 만드셨다.


'어린 3학년이 뭔 청소를 못한다고~'


그때의 공포는 아직도 생생하다.  꼭 마귀할멈 같았다고나 할까.


  난 모범생이었다. 내 위로 세 명의 자식을 어려서 잃었기에 부모님은 내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에 데리고 갔다고 한다 그래서 흰 건물에 들어가는걸 내가 무척 싫어했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머리가 명석하단 생각을 들지 않지만 노력형 모범생이라  시험을 잘 봤고 공부도 잘했다.

아니 다른 친구들이 공부를 안 해서 내가 성적이 좋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초등학교 동창생 중에 대학 간 친구는 둘밖에 안되었다. 확신할 순 없어도 그만큼 대학 가는 게 힘들었다.


동그라미 그려놓고 그 안에만 있으라 하면 온종일 동그라미 안에서 놀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주 어릴 때의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난 동그라미에 늘 갇혀 살고 있다.


동그라미를 벗어나야 내 인생 멋지게 펼쳐 나갈 수 있는데 정해진 틀 안에서만 살다 보니 늘 고루하고 변화도 없다.

모범생을 벗어나야 하는데 남 눈치  보며 사는 건 어쩌면 일터에 나가 일 손 바쁜 부모님이 나를 봐줄 수 없어 그려놓은 동그라미 속에서 보낸 경험 때문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동그라미에서 벗어나고 싶다. 훨훨 동그라미를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아무도 말리지 않는데 눈치 보며 사는 나 자신이 참 안쓰럽다.


자, 동그라미에서 탈출하자. 작은 동그라미에서 무한의 세상, 동그라미 없는 넓은 세상으로 가자.


"와아~자유다~"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2024.7.18. 17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