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그랑죠> 리메이크 기획
이 글은 그야말로 전문 지식보다는 괴상망측할 수 있는 감성이 더 들어간 글이니 순전히 재미를 위한 글로 봐주시길 강력히 권장합니다.
콘텐츠 여러 분야를 다루되, 애니메이션을 위주로 진행됩니다.
당연히 편파적이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포함되니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애니메이션 <슈퍼 그랑죠>가 새로 제작되어 방영된다면 어떨까.
적어도 지금 시점이라면 엄청난 화제를 모을 것이다.
‘레트로’나 ‘뉴트로’ 같은 수식어 같은 걸 굳이 붙일 필요도 없이, <그랑죠>와 함께 나이를 먹었던 이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적어도 그 굉장한 변신 장면부터 재현을 제대로 해낸다면, 제작진은 잠시 동안이라도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라 상상해본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말이다.
<그랑죠>는 90년대 당시의 어린이라면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없는 로봇 애니메이션이었다.
비디오 대여점에선 <번개전사 그랑죠>, SBS에서는 <슈퍼 그랑죠>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던 <그랑죠>의 인기와 인지도는 정말 대단했다. 최고 48%를 기록한 바 있는 시청률과 신나고 웅장한 배경음악에 커다란 머리에서 로봇이 되는 특유의 변신 장면 같은 이슈들은, 이제 ‘아재’가 된 세대에게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서 이렇게 최고의 인기를 얻은 <그랑죠>는 사실 원산지인 일본 현지에선 인기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랑죠>의 원제는 <마동왕 그랑조트>이며, 1989년에 첫 방영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마신영웅전 와타루>라는 선두주자가 있었다. <마신영웅전 와타루>는 <그랑죠>가 가진 판타지, 로봇, 이세계 영웅 등의 소재를 먼저 활용한 히트작이었다. 때문에 <그랑죠>는 이 <와타루>의 후발주자라는 면이 약점이 되어 그리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랑죠>가 1989년부터 먼저 수입되어 판타지 로봇의 선두주자가 되는 반대의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와타루>도 <그랑죠>보다 좀 더 뒤인 1998년 즈음에 <우주용사 씽씽캅>이라는 제목으로 수입되어 인기를 끌기는 했다. 하지만 이미 10년 가까이 먼저 수입된 <그랑죠>는 ‘시대의 아이콘’이 된 후였다. 주인공 소년들의 ‘도막사라무’라는 주문과 함께 변신하고 싸우는 그랑죠(그랑조트), 피닉스(윙조트), 포세이돈(아쿠아조트)의 웅장한 변신은 당시의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한국의 로봇 애니메이션의 판도는 2024년 기준으로 <또봇>, <헬로카봇>, <미니특공대>를 비롯한 국산 작품들이 주도하고 있다.
개중에는 <그랑죠>처럼 머리 모양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완구도 나오거나 <그랑죠>보다 훨씬 오랫동안 방영하며 성과를 쌓는 작품도 있다. <그랑죠>를 즐겼던 세대는 부모 세대가 되어 아이들에게 <그랑죠>와 비슷한 로봇 완구를 선물하게 되었다.
또는, 해외에서 키덜트 취향의 성인들을 노리고 출시된 고급형 <그랑죠> 완구를 비싼 값에 사서 즐기기도 한다.
일본 현지의 인기는 아쉬웠지만, 한국을 비롯한 해외 인기 덕분에 <그랑죠>도 키덜트 상품의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여러 차례 재출시되고 있다.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추억의 콘텐츠에서 <그랑죠>는 빠질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런 때에 <그랑죠>를 정식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으로 내놓으면 분명 화젯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면 또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상상해본다.
기왕이면 깔끔하게 만들면 좋지 아니한가.
먼저 판권을 확보해야 리메이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랑죠>의 제작사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회사인, <건담> 시리즈를 비롯해 별의별 작품을 제작한 회사인 ‘선라이즈’이다. 우선은 ‘선라이즈’의 문을 두드려서 일본어로 대화를 해야 판권을 얻는 게 가능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그랑죠>는 TV판으로 24분 41편, 비디오로 나온 OVA가 24분 5편까지 나온, 상당히 많은 분량이다. 그나마 이것도 일본에서의 인기가 적어 조기 종영한 분량이라고 한다. 분량 그대로 전부 리메이크할 수도 있겠지만, 전개가 빠른 것을 좋아하는 요즘 취향으로 본다면 자잘한 이야기를 적당히 덜어내고 옛날에 못 다한 이야기를 더해서 22분 52편의 정석적인 편성을 생각해본다. 거기에 OVA의 이야기는 뜯어고치면 극장판 2편은 개봉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리메이크 방식은 역시 옛날 느낌을 살린 2D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현재의 대세인 3D 애니메이션 방식도 제작 방법에 따라 좋은 느낌을 줄 수 있겠지만, 90년대의 어린이들을 소환하려면 2D가 더 직관적일 것이다. 요즘 방식으로 세련된 2D 애니메이션에 예전의 그 멋진 배경음악들을 소환하면 리메이크 뚝딱이다.
<그랑죠>에는 수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반드시 포함시켜서 잘 그려야 하는 최고의 장면들이 분명히 있다. 먼저 주인공 민호(다이치)가 그랑죠를 처음 불러내는 1화를 비롯해 피닉스, 포세이돈이 처음 나오는 장면, 주인공들이 함정에 빠져 그랑죠가 잠들게 되는 이야기, 새로운 힘을 찾아서 슈퍼 그랑죠로 업그레이드하는 이야기, 그리고 너무 빨리 끝난 감이 있었던 대마왕과의 최종결전까지.
여기에 다소 이야기가 부실하거나 비디오로만 나와서 아쉬웠던 OVA인 우주해적들의 하이퍼 다크 그랑죠 결전, 최강의 로봇인 하이퍼 그랑죠의 등장과 활약도 손봐줄 필요가 있다.
이 이야기들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니 그야말로 그랑죠 세대로서 피가 끓는 상상이다.
결론. 누가 만들어보면 좋겠다.
이제 옛날 브라운관 TV와 비교가 안 되는 큰 TV에 고화질 고해상도로, 그 때의 감성을 세련되게 살린 영상미와 그 때의 웅장장한 음악을 깔아주면서 그랑죠가 소환되어 변신하는 리메이크 장면이 나온다면 신탁을 받은 자세로 감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상상이건 망상이건 아무렴 어떠랴.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