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자르는 법

일상 에세이

by Pink Brown

워크숍을 한다. 참여한 사람들에게 색지와 마스킹 테이프를 나누어준다. 그리고 말한다. 다른 도구 없이 그것만으로 상대방을 위한 지갑을 만들어보세요. (요즘은 지갑을 아예 안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일단 손으로 뽀짝뽀짝 만들기에는 스마트폰보다 지갑이 적합하다.) 사람들은 순간 당황하지만 이내 손으로 종이를 접고, 찢고, 마스킹테이프를 붙여가며 절단면이 울퉁불퉁한 점이 매력적인 핸드메이드 지갑을 만들어 낸다. 몸으로 하는 기억은 그 어떤 것 보다 강하다. 어릴 적 손으로 종이를 수도 없이 잘랐던 기억은 10년, 20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손가락 끝에서 순식간에 되살아난다.


종이를 손으로 자르려면, 우선 접어야 한다. 그다음 접은 면을 손톱으로 긁어내듯이 꾹꾹 눌러준다. 충분히 눌러주고 난 후 종이를 펼치고 조심스럽게 접힌 면을 양쪽으로 당긴다. 끝에서부터 천천히. 그러면 놀랍게도 종이가 접은 선을 따라 잘려나간다. 가위로도 잘라보고, 칼로도 잘라본다. 오랜 경험을 통해 발견한 나에게 최적인 종이 자르는 방법은 종이를 접은 후 가위로 자르는 것이다. 칼로 자르면 자를 대고 자르다가 종종 자가 밀리면서 엉뚱하게 잘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칼은 포기했다. 종이를 접으면 접힌 면이 매끄럽지 않게 잘리지만, 접지 않고 눈대중으로 자르면 십중팔구 어딘가가 비뚤어진다. 연필로 선을 그어놓고 잘라도 봤지만, 연필이 엄청나게 가늘지 않은 이상 연필 자국이 절단면에 남게 된다. 결국 최선은 종이를 접은 뒤에 가위로 자르는 것이었다.


어떻게 자르든 종이를 자르면 절단면이 생긴다.

절단면은 자르는 방식에 따라 매끄러울 수도 있고, 오돌토돌할 수도 있고, 울퉁불퉁할 수도 있고, 구불구불할 수도 있다. 기계를 동원하지 않은 수준에서는 아무리 잘 잘라도 절단면은 티가 나게 되어있다.


잘리면 티가 난다.

그리고 잘린 종이를 다시 맞춰볼 수 있는 건, 잘린 면이 티가 나기 때문이다.

어떤 종이는 매끄럽게 자르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런 종이를 선택한다는 것은 절단면이 주는 불규칙함을 아름다움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절단면을 매끄럽게 하는 것만이 잘린 종이의 최종의 미학이 되지는 않는다.

절단면을 매끄럽게 하겠다고 끝 부분을 자꾸 매만지면 손이 베이기도 한다.

무언가를 자르고 붙이는 것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찢어진 부분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하면 이 종이의 적당한 용처를 찾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가끔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모든 것은 완전하기 어렵고, 그래서 적당함은 어디에서든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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