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눈썹에 맺히는 추위

계절 편지 - 25년1월

by Pink Brown

발열 내의에 스웨터, 패딩 조끼, 롱패딩에 마스크, 그리고 털부츠까지 완전 무장을 하고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출근길에 나섰습니다. 나름 단단히 챙겨 입는다고 입었는데, 패딩 끝과 부츠 끝 사이에 부질없이 드러난 무릎이 찬 바람이 에입니다. 여러분의 오늘 아침은 괜찮으셨는지요?


북반구의 여러 나라에서 눈폭풍, 기록적인 한파 등으로 다들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극지방의 엄청나게 차가운 기단을 꽁꽁 싸매고 있던 제트기류가 상승하는 온도에 낭창낭창해져서, 텐션이 떨어져 불거져 내려오는 곳에 극지방의 공기가 침입을 하게 되어 이런 일들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생각해 보면 불과 백여 년 전만 하더라도 겨울이 되면 한강이 꽁꽁 얼어, 그 얼음을 썰어다 저장해 놨다가 더워질 때 사람들에게 파는 얼음 장수가 있었더랬지요. 지금은 아무리 추워봤자 한강에서 얼음을 가져다가 팔 만큼(실질적으로 판매 자체가 어렵습니다. 수질이 너무 아쉽거든요.) 한강이 얼지는 않는 걸 보면 이 추위가 그만큼 강력하지는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지난주의 눈도 그랬습니다. 어릴 적만 해도 눈이 한번 펑펑 내리고 추위가 계속되면 날이 풀릴 때까지 골목 한편에 산처럼 쌓아놓은 눈동산이 그대로(새카매져서) 얼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대로 밑에는 열선이 깔려있다고들 하고, 제설 장비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서 눈이 내릴 때 밖에 나가지 않으면 눈을 밟기도 어려워요. (저희 동네만 그런 걸까요?? 그렇지는 않겠죠??)


모든 일에는 주고받음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니더라도, 인간과 자연 사이에도 Give and Take가 있는 듯합니다. 무언가를 받으면 무언가를 내주어야 하죠. 무언가를 가져가면 무언가를 돌려줘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보상을 바라지 않는 사랑,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희생, 이런 것들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상대방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상대가 이로 인해 감사하기를 또는 기뻐하기를, 회복하기를, 나를 기억해 주기를 또는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랍니다. 비록 상대는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기대했던 결과를 보지 못하면 실망합니다. 상대는 나에게 약속한 적이 없는데도요.


나는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받았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가져오고, 무엇을 돌려주고 있을까요?


마스크 위로 새어 나오는 입김이 속눈썹에 닿아 작디작은 물방울이 되어 맺힙니다.

그곳에 산란된 빛과 함께 보이는 세상은 찬란하지만 그 빛은 따스한 실내로 들어오면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금세 사라져 버릴지라도 잠시 보였던 그 세상은 예뻤습니다.

자연에게 받은 수많은 것들 중에 소소한 한 가지. 나는 자연에게 무엇을 주면 좋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 도로 밑의 열선 이야기는 근거 없는 뜬소문일 수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