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리를 듣고 있나요?

계절 편지 - 25년 2월

by Pink Brown

백색 소음. 항상 존재하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하지만 갑자기 사라지면 공간이 증발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 이런저런 일상적인 소리를 모두 백색 소음이라고 하지만 백색 소음도 공간과 시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하얗게 눈밭이 펼쳐진 넓디넓은 공간에 여기저기 드물게 찍혀있는 발자국, 그 위로 쏟아지는 햇살, 반짝이는 커다란 하얀 공간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잖아요, 누군가가 밟지 않은 눈은 꼭 밟아보고 싶어지는 마음. 커다란 운동장 같은 그 공간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그리고 들어요, 눈 밟는 소리를. 눈 밟는 소리가 뽀득뽀득이라고만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진짜 뽀득뽀득만 있을까요?


걸으면서 귀 기울입니다.


싸복싸복

사락사락

사박사박

푹푹

아그작아그작

뿌득뿌득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과 하얀 눈밭, 그리고 다양한 눈 밟는 소리.

무작정 신나서 걷다가 문득 걸음을 늦추고 귀 기울이면 들리는 그 소리들.

신경 쓰지 않으면 이 소리들도 모두 백색 소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 소리들은 마법같이 귓가에, 기억에, 마음에 쌓이고, 또 그 소리 때문에 더 걷게 됩니다. 소리가 참 재밌거든요. 저 부분을 밟으면 어떤 소리가 날까? 또 저기는? 이렇게 걷다 보면 하염없이 걷게 되는 나를 발견합니다. 어느새 눈 밟기는 정말 재미있는 유희가 됩니다.


출근길에도 발소리를 들어봅니다. 부드러운 신발을 좋아하다 보니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지만, 그리고 달리는 자동차와 지하철 소리에 파묻혀버리지만 그래도 발소리가 잘 들리는 곳들이 나타납니다. 조그마한 근린공원을 질러가는 흙길에서의 서벅서벅 소리, 아파트 노상 주차장의 얼어버린 길을 밟는 빠그작거리는 소리, 그리고 앞에 걸어가는 꼬마 아이의 신발에서 나는 귀여운 소리.


일상적이지만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소리에 가끔 귀 기울여 보는 것도 무채색 같은 일상에서의 작은 예쁜 색깔 무늬가 됩니다. 오늘은 어떤 소리에 귀 기울여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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