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편지 - 25년 4월
어제 출근하는 길에 바람이 차갑길래 혹시? 하면서 입김을 불어보았습니다. (4월15일 화요일 기준)
어....?!?! 입김이... 나네?!?!?!
이번 주는 4월 3주 차입니다. 2분기 첫 달의 중순이지요. 그런데 입김이라니??
해가 갈수록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건지 걱정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입김이 뿌연 공기 사이로 반쯤 떨어져 버린 벚꽃과 벌써 새순으로 가득한 목련 나무, 어디선가 진항 향기를 풍기는 라일락, 그리고 꽃망울이 맺히고 어떤 성격 급한 아이는 벌써 피어버린 철쭉이 한꺼번에 보입니다. 어허허허, 실소가 나옵니다.
나의 대학 시절, 캠퍼스에는 순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3월 개강을 하면 강의실로 가는 길에 노란 개나리와 무리 지어 피어있는 진달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엄청 커다란 진달래 무리에 파묻혀서 사진 찍기 바빴지요. 그러다 사진 찍는 것이 시들해질 때쯤 나뭇가지 끝에 내려앉은 백조 같은 커다란 백목련이 피어납니다. 떨어지면 정말 지저분하지만, 나무에 매달려있을 때에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지요. 아침저녁으로 불던 찬바람이 점차 따스해지기 시작하는 4월이 시작되면 팝콘 같은 벚꽃이 파바바박 터져 나옵니다. 커다란 벚꽃나무가 주욱 늘어서있는 그늘 밑에 있는 벤치에 앉아 벚꽃비를 맞으며 멍하니 앉아있다 보면.... 그렇게 졸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졸음이 어찌나 달던지요. 부드러운 바람과 향기로운 벚꽃비, 한적한 공간. 그 사이로 재잘재잘 유치원 아이들의 새된 목소리가 지저귐처럼 파고듭니다. 꽃구경을 온 것입니다. 윤동주 시비가 있는 공터에서 도시락을 먹고, 놀이를 합니다. 아름다운 웃음소리가 공기 중에 가득 퍼집니다. 공터가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에서 몰래 훔쳐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청량함이 있었습니다. 어느덧 조금 더운 공기가 부는 5월쯤 되면 우아한 존재감의 장미가 주인공이 됩니다. 나름 품종 있는 장미는 너무 강렬해서, 흔히 있는 장미 덩굴에 무리 지어 피는 장미를 더 좋아했지요. 그에 맞춰 하양, 분홍, 빨강, 자줏빛 철쭉이 무릎 근처에서 우르르르 피어납니다. 그러다 이 모든 색의 향연이 끝나면 여름이 되었습니다.
지금 내 눈앞에는,
입김이 나오는 공기 사이로
수줍게 화단 속에 숨어 있는 개나리
어디선가 향기를 풍겨서 고개를 들게 만드는 라일락
반쯤 떨어졌지만 강풍과 추위에도 여전히 매달려있는 벚꽃
이미 낙화가 깨끗하게 치워져 버려, 있었는지도 모르겠을 신록이 시작되는 백목련 나무
느지막이 이제 피기 시작하는 자목련
그리고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미는 철쭉이
다 같이 한꺼번에 보입니다.
재미있는 광경입니다. 아니, 다시 생각해 봐도 흥미로운 건지, 걱정스러운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잠시 혼란스럽고 흥미로운 광경 속에 상념에 잠겼다가 눈을 돌려 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여러분의 봄은 안녕하신지요?
p.s. 며칠 만에 반팔이 어울리는 날씨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현재 기온 25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