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계절 편지 - 25년 3월

by Pink Brown

바람은 차도 햇볕이 따뜻해집니다. 공기가 조금씩 부예집니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있으면 금방 몸이 따끈해집니다. 오후 6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고, 세탁소에서는 패딩 세탁 할인 행사에 돌입했습니다. 개학을 하고, 조금 커 보이는 교복을 입은 신입생들이 등굣길에 섞여듭니다. 풍경 사진을 찍으면 파란빛 쨍한 색감에서 약간 노란빛 레트로 느낌으로 슬금슬금 변해갑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강도 녹기 시작합니다. 얼음 표면 밑에서 강은 소리 없이 계속 흐르고 있었지만, 눈에 보이는 겨울 강은 정지되어 있었지요. (한강처럼 넓은 강은 잘 얼지 않으니까 좁고 작은 강이나, 깊은 계곡 사이, 호수 주변으로 생각해 주세요.) 날이 따뜻해질수록 얼음이 녹기 시작합니다. 혹시 강이 녹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꾸우우우웅↘

뿌우우우융↗

꾸루루루루→


깊은 물속에 괴물이라도 살고 있는 것일까요? 크고 거대한 무언가가 뱃속에서부터 뱉어내는 듯한 소리가 속으로부터 녹아내리는 강 속에서 울려옵니다. 마치 강이 얼음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며 외쳐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고래 소리와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고래 소리만큼 높지는 않습니다. 낮고 묵직하며 몸속을 울리는 소리. 어쩔 때에는 계곡 전체를 울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화들짝 놀라 저절로 고개를 번쩍 들게 됩니다. 그러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겹쳐집니다. 그 잔잔한 소리에 놀란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아기 고라니가 작은 산길을 총총총 건너가고, 새들이 지저귑니다. 그 소리는 볕이 따뜻해질수록 더욱더 복잡해집니다. 도로의 자동차 소리,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베란다 실외기에 단골로 찾아오는 이름 모를 새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더해집니다. 잠시 앉아 소리를 즐겨봅니다. 왠지 이불이라도 빨아야 할 것 같지만, 그건 공기 질을 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지나면 아마 두꺼운 겉옷은 모두 옷장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겁니다. 물론 세탁소 할인 행사를 놓치지 않고 이용해야겠지요. 꽃샘추위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긴 겉옷들은 이제 보내줄 때가 되었습니다. 이번 봄은 아주 짧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더군요. 순식간에 흘러가버릴 봄, 봄의 소리를 조금 더 들어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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