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일상 에세이

by Pink Brown

작년에 아파트 단지에 톱 소리가 요란했던 적이 있다.

거의 벌거벗은 수준으로 나뭇가지가 잘려나갔다. 썩썩 썰려나가는 풍성한 가지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웬일인가, 자연의 회복력은 위대한 것인지, 그 나무들이 쑥쑥 가지를 뻗어 나가더니 1년 만에 풍성한 나무로 되돌아왔다. 예전의 풍성함만은 못하지만,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이렇게 금방 자라날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벌거벗기는 수준으로 가지 치기를 했던 것일까. 아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겠지. 다시 일어날 것을 아니까.


하지만 삶은 그렇게 예측 가능하지 않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나조차 확신할 수 없다.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를 만나게 될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예전에는 설레었다. 새로운 것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을. 물론 힘든 적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것을 찾아다닐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삶이 계속되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나의 어깨 위에, 등짐처럼 많은 것들이 계속 쌓여오면서 이제는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오히려 솎아내고 싶어진다. 꼭 짊어져야 할지, 안 해도 되는 것인지. 그래야 무게에 짓눌린 나의 머리와 허리를 펴고 앞을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솎아낸다고 내 마음대로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펴본다. 내려놓을 수 있는 것들을.


마음에 가지 치기를 한다.

견딜 수 있는 만큼, 아니, 견디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 마음에 가지 치기를 한다.

삶은 고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힘듦을 굳이 더 더할 필요가 있을까. 내려놓을 수 있는 건 내려놓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지금까지 충분히 많이도 이고 지고 담고 살아왔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무처럼 누군가가 알아서 가지 치기를 해주면, 그리고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치워주면 참 좋을 텐데. 나에게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에게 내가 행운을 주어야겠지. 그래서 살펴본다.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생각한다. 정말 내려놓게 되면 참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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