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나는 향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향수를 즐겨 쓴다.
이렇게 코 끝에 찬바람이 스치기 시작하면 이 향수를 꺼낼 때가 된 것이다.
잘 마른나무 장작이 벽난로에서 탈 때 나는 냄새
군고구마가 구워질 때 나는 단내
겨울 공기 냄새에 연하게 퍼져있을 것 같은 무언가가 타들어 가는 느낌
따뜻한 곳 옆에서 손을 쬐고 있을 때 온몸을 감싸는 포근함과 같은 향기
메종 마르지엘라의 바이 더 파이어 플레이스(By the fireplace)라는 향수다.
이 향수는 작명이 매우 직설적이다. 벽난로에서 장작이 탈 때 공기 중에 떠도는 냄새를 그대로 재현한 향수이다. 그래서 겨울에 잘 어울린다. 니트에 뿌려야 할 것만 같다. 옷 안에 뿌리면, 나의 체온과 함께 녹아들어 따스한 공기와 함께 스르륵 피어 올라오는 잔향이 너무나도 포근하다. 남성도, 여성도 모두 사용 가능한 중성적인 향으로,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겨울이면 꼭 찾게 된다.
오늘 꺼낸 병도 작년 겨울에 한 병을 모두 비우고, 올해 초에 새로 꺼냈던 것이다. (오픈해서 1년까지는 향수 사용이 가능하다.) 향수병 안에서 일렁이는 꿀색이 도는 연한 갈색빛 액체에서부터 향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갈색, 노란색, 꿀색, 단감색, 군고구마 속살의 색
단내, 구운 내, 살짝 탄내, 바싹 잘 마른나무 냄새, 부드러운 내음
근처에 메종 마르지엘라 매장이 있다면 한 번 시향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흔한 꽃향이나 그린허브, 머스크 같은 향이 아닌, 뜻밖에 새로운 종류의 향을 만나게 될 수 있을 테니까.
이 향수는 해당 향수 라인에서 베스트셀러는 아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향은 따로 있다. 하지만 매장에서 거기에 있는 모든 향을 시행하고 난 후, 내 손에 들려있던 것은 바로 이 향수였다. 이름부터 낭만적이다. 벽난로 옆에서 라니. 모든 시름 다 내려놓고 따뜻한 차 또는 가벼운 책 한 권 들고 푹신한 안락의자에 파묻혀 기나긴 겨울 저녁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래서 출근할 때 사용하면 꽤 괴롭다. 하지만 잔향이 너무 좋으니까. 그래서 자꾸 뿌리고 싶어지는 향수이다.
나의 겨울 향은 장미, 머스크, 앰버, 그리고 바이 더 파이어 플레이스.
--------------------- 노트 구성 ---------------------
Top 핑크페퍼, 오렌지플라워 페탈, 클로브 오일
Middle 밤나무 어코드, 과이악 우드 오일, 케이드 오일
Base 바닐라 어코드, 캐쉬머랜